같은 시기 앤스로픽은 미국 국방부의 퇴출 조치에 맞서 소송전에 돌입했다. 한쪽에선 앤스로픽 기술을 품은 MS가 기업용 AI 시장을 파고들고, 다른 한쪽에선 앤스로픽이 미국 정부와 정면 충돌하는 장면이 펼쳐진 셈이다. 생성형 AI 경쟁이 이제 모델 성능을 넘어 기업 업무와 공공조달, 국방 활용의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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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지난 9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코파일럿 코워크를 공개하며 AI가 더 이상 보조 도구에 머물지 않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찰스 라만나 MS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및 에이전트 부문 사장은 “코파일럿 코워크는 AI가 대화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기능”이라며 사용자의 의도를 계획으로 바꾸고 이를 실행하는 업무형 AI라고 설명했다.
코파일럿 코워크는 Microsoft 365 환경 안에서 이메일, 회의 기록, 메시지, 파일,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업무를 처리한다. Outlook, Teams, Excel 등에서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업무 맥락을 파악한 뒤 필요한 작업을 제안하고, 승인받아 실행하는 구조다.
가장 직관적인 영역은 일정 관리다. 코워크는 Outlook 캘린더를 분석해 일정 충돌이나 우선순위가 낮은 회의를 가려내고, 회의 재조정이나 집중 업무 시간 확보를 제안한다. 사용자가 승인하면 회의 수락·거절, 일정 변경, 관련 자료 전송까지 자동으로 처리한다.
회의 준비 역시 자동화 대상이다. 이메일과 파일, 과거 회의 기록에서 관련 정보를 끌어와 브리핑 문서와 분석 자료, 고객용 발표 초안을 만들고 이를 Microsoft 365에 저장해 팀 협업으로 이어지게 한다. 기업 분석 리서치의 경우 실적 보고서와 공시, 애널리스트 의견, 관련 뉴스를 정리해 요약 보고서와 데이터 파일까지 생성할 수 있다.
MS는 신제품 출시 준비처럼 여러 작업이 동시에 얽히는 프로젝트에도 코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 분석, 가치 제안 정리, 고객 발표 자료 작성, 프로젝트 일정 구성과 담당자 지정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실행 계획을 짜는 식이다. AI가 답을 주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의 흐름을 짜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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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의 핵심은 앤스로픽 기술의 결합이다. MS는 코파일럿 코워크에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 기반 기술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특정 모델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업무 성격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조합해 쓰는 멀티모델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제 기업 고객의 관심은 어떤 모델이 더 화려한 성능 지표를 내놓느냐에만 있지 않다. 어떤 모델이 어떤 업무를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MS가 Microsoft 365라는 거대한 업무 플랫폼 위에 앤스로픽 기술을 얹은 것은, 에이전트형 AI 경쟁의 승부처가 모델 자체가 아니라 업무 시스템과의 결합력에 있다는 판단을 드러낸 대목이다.
코파일럿 코워크는 Microsoft 365의 기존 보안 체계 안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사용자 권한과 규정 준수 정책이 자동 적용되며, 작업 과정과 결과도 감사 기록으로 추적할 수 있다. MS는 현재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 중이며, 이달 말 ‘프런티어 프로그램(Frontier Program)’을 통해 제공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MS와는 협업, 국방부와는 소송…앤스로픽의 엇갈린 현실
MS와 손을 잡은 앤스로픽은 같은 시점 미국 정부와는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앤스로픽은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국방부를 비롯한 연방기관 18곳을 상대로 공급망 위험 기업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연방 기관 내 앤스로픽 AI 사용을 금지한 조치가 위헌이라는 판단도 함께 구했다.
충돌의 본질은 AI 사용 범위를 둘러싼 입장 차다. 앤스로픽은 자사 모델 클로드가 대규모 국내 감시나 자율 살상 무기 개발에 쓰여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국방부는 모든 합법적 용도에 대한 제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앤스로픽은 소장에서 국방부 조치를 기업의 발언을 처벌하기 위한 권한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오픈AI와 구글 소속 AI 연구원 37명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앤스로픽 측에 힘을 실은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해당 조치가 AI를 포함한 미국 산업과 과학 경쟁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기관에서 앤스로픽을 공식 배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앤스로픽은 민간 시장에선 영향력을 넓히는 반면 공공조달 시장에선 퇴출 압박을 받는 이중 현실에 놓이게 됐다.
한편 국방부는 앤스로픽과 갈등을 빚는 와중에도 다른 AI 사업자들과의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비기밀 업무 영역에선 구글의 에이전트형 AI가 일부 도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 초안 작성, 회의록 요약, 예산 편성, 프로젝트 기획 등 행정 업무 자동화가 우선 적용 대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