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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현장실습 공공성 강화한다지만…관리감독 기능은 미흡

김의진 기자I 2021.12.23 15:00:00

교육부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 발표
현 제도 유지하는 선에서 노동인권 교육 등 추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감시 기능 약해 실효성 우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장실습제도 보완을 위한 학생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현장실습생의 사고 방지대책은 지난해에도, 그 이전에도 나왔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아서 사고가 반복되는 것 같다. 철저하게 관리·감독해 방지대책이 잘 지켜지는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전남 여수 직업계고 학생 김모군)

지난 10월 전남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 고 홍정운군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홍군은 당시 요트 바닥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지난 2018년에도 태안 화력발전소 현장실습생의 사망 사고가 있었는데, 잇따른 사고에 교육부가 재발 방지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실습 환경이 안전하게 운영되는지 감시하는 기능이 약하다는 지적 속에 실효성 있는 개선책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안전·권익 확보를 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23일 발표했다. 지난 10월 여수 해양과학고 3학년 고 홍정운군이 현장실습 도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이후, 직업계고 학생들이 사건사고에 노출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개선책이 마련된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여수 사고 직후인 지난 10월 9일부터 20일까지 사고에 대한 공동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또 지난달까지 현장실습 실시 학교·기업을 대상으로 운영 전반에 대한 지도점검을 진행했고, 총 7차례의 학생·학부모·학교·기업의 의견수렴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교육부는 이를 토대로 기존 현장실습의 틀은 크게 바꾸지 않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재정비할 부분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참여자 대부분이 정착되고 있는 현재의 현장실습의 기본 틀을 크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며 “현재 부족하거나 강화할 부분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방향이 바뀌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우선 현장실습 기업에 대한 사전 현장실사가 강화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제까지 참여기업 현장실사에 교사만 나가도 됐던 것에서, 앞으로는 교사·노무사·산업안전보건공단이 함께 실사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건설업·제조업 분야와 같은 유해·위험 업종의 경우 안전협회·재해예방전문기관 등도 현장실사에 참여토록 할 방침이다.

현장실습 기업에서 이전에 사망재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학교에서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 범위가 확대된다. 교육부와 고용부는 이를 위해 중대·사망 재해 발생 사업장의 사업자등록번호를 공유하고, 학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한 문제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현장실습 참여 자체가 제한된다.

현행 제도에선 현장실습에 들어가는 비용을 참여기업이 70%, 국가가 30%로 분담했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9월부터는 현장실습 비용 부담 비율을 기업 40%, 국가 30%, 교육청 30%로 조정하고, 기업은 부담이 줄어든 만큼 현장실습생의 안전확보에 비용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실습 참여기업에서 정부보다 비용을 더 많이 부담했기 때문에 학생들을 실습생이 아닌 급여 근로자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며 “기업 부담분을 줄임으로써 이러한 인식을 완화하고 학생들이 과도한 노동에 종사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학생에 대한 산업안전·노동인권 교육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직업계고 학생들이 배워야 할 공통과목으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 과목을 신설하도록 정규·특별 교육과정을 확대, 개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학생이 현장실습 기업에서 권익을 침해받았을 때, 이를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부당대우 신고센터’도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개선방안의 상당수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내용만 담고 있고, 제대로 운영되는지 감시하는 측면은 미흡해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군 사고 역시 ‘기업현장교사’라는 제도는 있었어도, 제대로 운영되는지 관리되지 않아 발생한 사례기 때문이다. 기업현장교사는 작업장 내 현장전문가 중 한 사람을 지정해 학생의 실습을 지도하고 안전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숨질 당시 홍군은 작업장 안전을 관리해야 할 기업현장교사 없이 혼자 작업하다 변을 당했다.

김경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장은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온전히 운영되는지 중간 점검을 하지 않는다면 제도는 형식에 그치고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현장실습 기업에 대한 근로감독·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관리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이상 별반 달라질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교육청과 협업해 현장실습 기업에 대한 근로 지도를 운영방안 내용에 포함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학생들의 현장실습 일지를 실시간으로 살펴 기업의 권익침해 사례를 걸러내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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