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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육과 달리 씨는 대체로 맛이 없고 딱딱해 발라내야 할 귀찮기만 한 대상이다. 특히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대표 여름 과일이자 씨가 많기로 유명한 수박이나 참외를 생각하면, 씨를 제거하는 일은 보통 거추장스러운 일이 아니다.
맛을 떠나 먹기엔 찝찝하고 일일이 가려내기엔 성가신 ‘씨’, 마음놓고 먹어도 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절반은 ‘맞다’이고 절반은 ‘틀리다’이다.
먼저 일찍이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하기에 이를 정도로 검고 텁텁하며 많기까지 한 수박씨는 어떨까. 수박씨는 지난 2017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슈퍼 푸드’ 중 하나로 소개했을 정도로 각종 영양소의 집합체다.
단백질과 지방, 당질, 무기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애초에 과육보다는 씨를 먹기 위한 목적으로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선 수박씨를 별도의 간식으로 먹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해바라기씨처럼 수박씨를 가공한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수박씨엔 리놀렌산이라고 불리는 비타민F가 다량 포함돼 있는데, 리놀렌산은 우리 몸에서 체지방의 축적을 막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해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도 좋으며, 근육을 만드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지닌도 풍부하다.
씨가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참외는 어떨까. 참외씨는 먹을 경우 ‘배탈이 난다’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정확히는 상한 참외를 먹었을 때 배탈이 나는 것으로, 상한 음식을 먹으면 참외 아니라 다른 음식들도 배탈이 나기는 마찬가지다.
참외씨엔 칼륨, 인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고 식이섬유도 많아 변비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참외씨가 해롭다는 오인 때문에 칼로 씨가 붙어 있는 태좌(胎座·흰 부분)까지 모두 도려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참외를 먹지 않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태좌에는 과육 대비 5배나 많은 비타민C와 엽산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8월이 제철인 와인의 원료 포도의 씨는 어떨까. 포도씨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프로안토시아니딘 같은 폴리페놀류가 다량 함유돼 있다. 항산화 물질은 암·치매 예방이나 노화 지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단 이들 과일의 씨는 대체로 거칠고 딱딱하므로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이라면 꼭꼭 씹어 먹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에 유익한 씨를 가진 이 과일들과는 반대로 건강에 해로운 씨를 품은 과일들도 있다. 대표적인 과일은 ‘하루 한 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양 가치가 매우 높은 사과다. 사과씨엔 시안화수소(청산가리)라는 자연 독소가 극미량 함유돼 있다. 어쩌다 먹는 것은 괜찮지만 지속적으로 많이 먹을 경우 두통이나 구토 증의 증상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과씨와 마찬가지로 시안화수소를 함유한 씨로는 복숭아씨, 자두씨, 살구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