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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도 조용한 北…'암중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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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16.01.11 15:12:35

확성기 방송 재개 나흘째, 北 한차례 비난 외에 공식 성명·담화 없어
국제사회 동향·中 입장 등 감안해 전략 짜고 있는 듯
도발-압박·제재 보단 대화·협상 채널에 무게 실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이 조용하다. 지난 6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에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전세계를 놀래켰지만,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잇따라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고강도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북한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의 발걸음은 더 바빴다. 미·일·중·러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은 물론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 국제사회와 북핵 대응 공조를 다지는가 하면 지난해 8·25 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강공(强攻)에 나섰다.

반면 북한은 침착한 모습이다. 핵 실험 이후 북한이 내놓고 있는 반응은 첫번째 수소폭탄 실험 성공에 대한 자축과 핵개발이 자위적 조치라는 주장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수준이다.

北, 확성기 재개에 공식입장 없어…치열한 전략 탐색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해 ‘8.25 합의’ 이후 중단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8일 오전 육군 장병들이 경기 중부전선에 위치한 대북확성기 위장막을 걷어내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윈장이 특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우리측의 비대칭 전력이다. 북한이 자랑하는 체제와 김정은 등 최고 존엄에 대한 비판 내용 등이 담겨 있어서다.

그러나 북한은 8일 밤 늦게 보도된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행사에서 나온 김기남 노동당 비서의 확성기 방송 재개 비난 발언 외에는 확성기 방송 재개나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된 북측의 특이동향은 아직까지는 없다”며 “일부 지역에서 병력이 증강되거나 또는 감시경계를 강화하는 측면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일단 이번 핵실험으로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 △내부 결속 및 체제 우월성 고취 △한미중에 대한 전략적 도발 등 소기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만큼,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핵실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사례를 봤을 때도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한다고 즉각 도발하진 않았다”며 “성명 등을 통해 기본 입장을 밝히면서 경고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8월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도 북한은 닷새만에 ‘공개 경고장’을 통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대응하고 나섰다. 그로부터 다시 닷새만에 북한은 서부 전선 포탄 도발에 나섰다.

정부, 추가 압박으로 北 반응 촉구

우리 정부는 북 핵실험 이후 계속해서 새로운 추가 압박조치를 꺼내들고 있다. 10일 핵 미사일을 탑재한 B-52 장거리 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가 시작됐고, 11일엔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북핵 관련 대국민 담화가 13일에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통일부는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른 북한의 무력 도발 위험이 있다며 개성공단 출입경 제한조치를 강화했다.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개성공단 차량이 임진강을 건너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주민의 신변안전을 위해 개성공단 출입경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우리가 북한 반응에 춤춰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조용하니까 더 강력한 무기로 압박하는 것은 강대강으로 가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공포의 균형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이에서는 북한이 확성기 방송 재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출입경 인원을 제한하는 추가 제재안까지 실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 따라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공단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면 간신히 확보한 해외 바이어들도 다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력 도발 가능성 크지 않다”…中, 北 끌어안나

일단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국면에서 무력 도발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대북 제재의 칼자루를 쥔 중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북핵 6자 회담 틀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중국은 북 핵실험 직후에는 강하게 비판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국가들도 긴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면서 북한을 감싸는 듯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오랫동안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해왔는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너무 무시했던 경향이 있다”며 “유엔을 중심으로 한 제재도 있겠지만 국제사회가 본격적인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교수는 “대화는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강함의 표시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화를 통해 해결을 하는게 굴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냉전시대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미소간에는 대화를 하고 군비 축소를 위해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압박과 제재에 방점을 찍고 있어 한미일 대 중국,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북중간 비공식 대화 채널이 가동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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