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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운영 넘어 현장 정착이 관건”…플랫폼·신뢰·데이터
기조연설에 나선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AX는 특정 기술 하나를 도입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AX를 추진하는 어느 기업이나 비슷하게 안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첫 세션에서는 AI 도입에 앞서 다져 온 기반이 소개됐다. 현대차그룹은 AI 시대 이전부터 업무 방식과 데이터 체계 혁신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했다. 업무 관리·지식 공유 플랫폼과 클라우드 협업 환경을 도입해 흩어져 있던 정보와 업무 기록을 한곳에 쌓았고, 데이터와 IT 시스템의 관리 책임을 일원화해 부서 간 데이터 연계 장벽도 낮췄다.
그 결과 전 세계 약 1200만 대의 커넥티드카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약 140PB(페타바이트) 규모의 차량 센서 데이터를 확보했다. 수십 개 법인의 고객·품질·판매 데이터는 700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으로 통합 관리한다.
이 토대 위에서 2023년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 Chat’을 선보였고, 현재 그룹 임직원의 70% 이상이 업무에 쓰고 있다. 자율주행·수소처럼 국외 이전이 엄격히 통제되는 국가핵심기술 분야에서도 정부 방침을 지키며 클라우드를 쓸 수 있도록 보안 기준을 마련했고, 올해 7월부터 이 부문까지 H Chat 활용 범위를 넓혔다. H Chat은 현대차그룹에서 IT서비스를 담당하는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개발했다.
“시범 운영 넘어 현장 정착이 관건”…플랫폼·신뢰·데이터
두 번째 세션에서는 수요예측·정비·생산 등 실제 업무에 AI를 적용한 사례가 공유됐다. 현대차그룹은 AI 과제가 사내 시범 운영에서 성과를 내고도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공통 플랫폼 구축, 현업 신뢰 확보, 데이터 관리 체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검색·챗봇·에이전트 기능을 공통 플랫폼으로 만들어, 새 서비스를 처음부터 개발하지 않고 필요한 기능을 골라 빠르게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사업장마다 따로 운영하던 AI 모델도 통합했다. 차량 조립 순서 오류를 잡아내는 차량 식별번호(VIN) 인식 AI는 초기에 공장별로 다른 모델을 썼지만, 단일 모델로 합쳐 현재 국내외 73개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현업 신뢰를 얻는 방식도 눈에 띈다. 실무자가 일일이 입력하던 차량 판매 수요 계획은 AI가 먼저 제안하게 했고, 정비 AI는 공식 매뉴얼에서 찾은 근거를 함께 제시해 정비사가 결과를 직접 검증할 수 있게 했다. 부서별로 흩어진 업무 정보를 한곳에 모아 각 부서가 최신 상태로 관리하도록 한 결과, 찾는 데 약 10분 걸리던 사내 정보를 통합검색으로 약 20초 만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박근한 현대차·기아 머신러닝랩 상무는 “AI 과제의 성패를 가른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현장 문제를 반영한 명확한 문제 정의, 공통 플랫폼, 현업 부서가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데이터 관리 체계”라며 “현장의 제약을 하나씩 풀며 구축한 시스템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AI가 전사로 확산되며 불거진 과제와 대응 방향이 논의됐다. 현대차그룹은 비개발자 임직원이 AI로 만든 업무 도구가 개인 PC에 머물지 않고 동료들과 공유될 수 있도록 사내 배포 플랫폼 ‘H-Launch’를 이달 선보인다. AI 에이전트가 업무 시스템과 연동될 때에 대비해 직원 사번처럼 에이전트에도 고유 ID를 부여하고 모든 활동을 기록하는 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데이터 삭제 등 되돌리기 어려운 작업은 사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개발을 뒷받침할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갖춘다. 대규모 GPU 자원이 필요한 조직에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GPU 서비스(GPUaaS)’ 운영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4분기부터 대규모 GPU와 자체 개발 AI 플랫폼으로 기반 역량을 다지고, 규모 확장과 자동화 고도화를 거쳐 2029년 하반기부터는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에서 1만 장 이상의 GPU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각 세션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참석 기업들이 AX 추진 과정의 고민을 털어놓고 패널과 해법을 논의했다. 진 사장은 “어떤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활용해 사업 성과로 이끌어내는 조직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잊고, 다시 배우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2일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행사 둘째 날 일정을 이어가며, 데이터·클라우드 등 AX 기반 기술과 생산·물류·보안 분야 AI 적용 사례를 다루는 12개 세션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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