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명품가방 사건을 두고) 아직도 계속적이고 소모적으로 논란이 지속돼 (수심위를 통해) 외부 의견까지 들어 사건을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심위의 공정성과 관련해서는 “수심위는 절차부터 구성, 의견부터 결론까지 모두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며 “검찰총장이 운영부터 구성, 결론까지 관여할 수가 없는 구조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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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수심위의 결론이 나오더라도 뒷말이 무성할 것이라 관측했다. 제일 큰 우려 사항은 수심위의 결론이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에 그친단 것이다. 지난 2020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신청한 수심위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 사건을 심의한 수심위는 외부 전문가 14명이 참석해 표결한 결과 ‘10대 3’이라는 과반이 넘는 표차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기소타당성과 수사 적절성 등을 논의한 끝에 다수가 불기소 의견을 낸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심위의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수심위 결론 이후 검찰은 재차 경영학·회계학 분야의 교수와 전문가들에게 수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이 회장을 전격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검사장)가 신청한 수심위의 수사중단 권고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 총장은 명품가방 사건을 보고 받을 당시 수사팀의 증거판단과 법리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심위가 기소를 권고하더라도 검찰이 수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이 총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수심위는 독립적으로 구성되고 운영된다. (저는) 관여해서도 관여하지 않는다”며 “총장으로 일하는 동안 일선 검찰청 수사 의견을 항상 존중해 왔다”고 해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여론의 질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를 비공개 소환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건 무혐의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설령 수심위가 기소를 권고하더라도 검찰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스럽다”고 평가했다.
◇얼마나 투명하게 논의 공개하느냐…공정성 관건
수심위가 검찰의 결론과 같이 무혐의가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려도 문제다. 수심위 위원 구성을 놓고 ‘깜깜이’ 우려가 나오는 등 갑론을박이 오고갈 수 있어서다.
운영지침에 따르면 수심위는 150명 이상 300명 이하로 구성되며 검찰총장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인력 풀을 구성할 수 있다. 이 중 15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현안위원으로 선정하게 된다. 이들은 김 여사의 사안을 놓고 심의한 뒤 불기소 또는 기소 여부를 표결한다.
문제는 수심위 인력 풀을 검찰총장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실제 시민단체는 수심위가 검찰의 입맛대로 운영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 2020년 8월 “수심위는 위원의 위촉부터 기준이 불투명하다”며 “각계의 추천을 받지만 위촉하는 모든 권한은 검찰총장에게 일임돼 있고 기준과 전체 명단은 비공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여론을 무마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수심위가 김 여사의 사건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내린다 해도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수심위 판단에 공정성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 만큼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위원 명단은 비공개한다고 해도 회의 내용은 공개하는 등 공정성 담보를 위한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