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인플레 예측 0% 고착화서 벗어난듯…임금 인상 덕분"

방성훈 기자I 2024.05.27 14:57:46

수입물가 상승, 기업 가격·임금인상 결정으로 이어져
"경쟁사들 간 서로 제품가격 인상하며 부담 완화"
"인력부족으로 임금 더 오를 것…물가 2% 고정이 관건"
추가 긴축 기대↑…日국채 10년물 1.020%까치 상승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은행(BOJ)의 인플레이션 예측을 0%에서 밀어 올리는 데 성공한 것 같다.”

2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날 BOJ금융연구소 주최 ‘국제 콘퍼런스’ 기조 연설에서 “수입물가 상승으로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진행됐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이 제로에서 벗어나 기대치를 높이는 데 진전을 이뤘지만, (이를)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우에다 총재는 “일본 경제엔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저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화돼 있다”며 “경쟁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기업들은 ‘우리도 (제품) 가격이나 임금을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과 향후 예측이 0% 부근에 정착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경제에서 벗어나려면 (수입물가 상승 등과 같은) 큰 충격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OJ 추산에 따르면 일본의 인플레이션율은 1996년부터 2022년까지 27년 동안 마이너스(-) 1.0%에서 플러스 0.7%의 범위에 머물렀다. 이에 1995년 이후 BOJ의 통화정책에서 단기금리는 0.5%를 넘긴 적이 없다. 또 2016년 2월부터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피 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3월 -0.1%였던 단기금리를 0~0.1%로 인상했다. 당시 올해 물가상승률이 BOJ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임금인상률도 5%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실제 BOJ는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제외)을 기존 2.4%(1월 전망치)에서 2.8%로 상향했다. 아울러 일본 노동계는 올해 ‘춘계 투쟁’(춘투)에서 33년 만에 최고치인 평균 5.28%의 임금인상률을 이끌어냈다. 미국과의 장기금리 격차 확대로 엔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BOJ의 금리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우에다 총재는 “BOJ는 경제를 자극하기 위한 단기금리에 대한 영향력을 이미 다 써버렸다”고 자평했다.

우에다 총재는 BOJ가 이달 발표한 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도 인플레이션 예측이 0%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근거로 제시했다. 경쟁사의 가격인상 덕분에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어려움이 완화했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이 약 40%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입물가 상승이 기업들의 제품 가격 및 임금 인상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치다 부총재는 또 물가나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사회 통념과 관련해 “노동시장의 환경이 구조적이고 돌이킬 수 없게 바뀌었다. 인력 부족을 추진력으로 삼아 (임금 인상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 앞으로도 임금은 상승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우에다 총재는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2%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 중 하나로 “자연이자율(중립금리)을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며 “지난 30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 단기금리가 거의 제로에 머물렀던 일본에선 (이 작업이)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자연이자율은 물가상승률이 BOJ의 목표 범위에 있을 때 경제 성장을 자극하거나 저해하지 않는 위치의 금리를 뜻한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도 이날 강연에서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관련해 “제로금리 제약을 극복했다. 인플레이션 예측을 2%로 고정시키기 위한 큰 과제는 남아있지만 디플레이션과 제로금리 제약과의 싸움의 종식은 시야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이날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엔화 약세 속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 기대를 키웠다. 연설 이후 이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전거래일대비 0.015% 높은 1.020%로 상승(국채 가격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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