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이상징후인가…"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증가”

정다슬 기자I 2025.01.07 14:28:10

기술·법률·미디어 등 고소득 화이트 사무직 일자리 줄어
광업·제조·운송 분야 일자리는 탄탄
WSJ "불안한 일자리, 美경제 지탱하는 소비지출 위협"

2024년 12월 20일 마이애미 국제공항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고용시장이 탄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기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술, 법률, 미디어 등 고소득 사무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의 한 축을 이뤘던 고용시장의 변화가 향후 경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고용통계를 바탕으로 11월 기준 700만명 실업자 중 160만명이 최소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고 있는 장기실업자라고 보도했다. 장기실업자 수는 2022년 말과 비교해 50% 늘어났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일자리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역시 6개월로, 2023년 초 팬데믹 직후 고용이 급격하게 늘어났을 때보다 한 달 정도 길어졌다.

특히 장기실업자는 기술, 법률, 미디어 등 고소득 사무직 일자리에서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WSJ는 “이들 분야는 경제가 팬데믹에서 회복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신규 고용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업자 한 명당 구인공고 수는 1개로 이는 2022년 초 2개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다.

WSJ는 현재 직장에서 해고당한 후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시카고에 사는 32세 올리비아 팔락은 약 10년 동안 기술회사와 컨설팅회사 채용 담당자로 일했지만, 지난해 5월 새로운 회사에서 3개월 만에 해고됐다. 이후 그는 저육직 일자리를 찾지 못해 파트타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애틀랜타 출신의 42세 조쉬 맥라티는 지난해 4월 로봇 스타트업에서 테스트관리자로 일하다가 해고당했다. 그는 거의 500개의 일자리에 지원했고 6번 면접을 봤지만 모두 떨어졌다. 이제 그는 슈퍼마켓 파트타임 일자리를 고려하고 있지만, 적은 소득으로 생기면 푸드스탬프(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사회복지제도)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병원비와 건강보험 지원 사회복지제도)에서 제외될까 걱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하지 않기에는 당장의 주택 대출을 갚을 돈이 없다.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36세 비주얼 디자이너인 윌 위긴스 3세는 지난 4월 이후부터 전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전 1시에 구직신청서를 보냈는데 오전 3시 거절되는 알림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제 자료를 사람이 실제로 검토했을 리가 없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12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자리가 풍부하다고 답한 사람은 37%로, 2022년 중반 57%보다 감소했다. WSJ는 “급여를 잃을까 봐 불안한 가족들은 지갑을 닫고 이는 미국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꾸준한 소비지출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인디드 소속 경제학자인 코리 스탈레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과학, 마케팅 직종에 대한 인디드(Indeed)의 구인 공고는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각각 최소 20% 낮았다고 밝혔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정보 산업의 채용률은 팬데믹 직전보다 30% 낮아졌으며, 금융 분야 채용은 28% 감소했다.

대조적으로 광업, 제조, 운송과 같은 분야는 여전히 채용이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와 정부 관련 직종이 지난 1년간 전체 신규 일자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구직 앱 사이트 집리쿠르터 소속 경제학자 줄리아 폴락은 지난 6개월 동안 신규 채용된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새로운 직장을 얻기 위해 직종을 바꿨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40%였던 수준에서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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