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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이날 시 청사에서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과 함께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제안을 내놨다.
현 국립중앙의료원은 1958년에 개원해 건물 등이 심각하게 노후화돼 보건복지부가 2003년부터 이전을 추진해 온데 이어 2014년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내 부지로 옮기는 방안이 발표됐으나 서초구민의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박 시장은 “지난 17년 동안 표류해 온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해법이자 국가의 중심이 되는 공공병원을 바로 세워, 인구의 절반인 2500만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의 감염병 대응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와 국방부에 제안했다.
그는 “만약 정부가 서울시가 제안하는 대로 국립중앙의료원을 미국 공병단 부지로 이전하기로 결정한다면 서울시는 현재의 국립중앙의료원 부지의 매각이나 공병단부지 사용과 관련해 최대한의 협조를 해 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번 대구·경북 집단감염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우리의 공공 의료체계는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전국의 의료자원과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신종감염병 사태에서는 초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는 방역 시스템의 작동과 함께 치료의 지침을 마련해 줄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이 제기돼 2017년 이를 설치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는데도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박 시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의 이전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신축해 개원하기까지는 최소 3∼4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최단기간 안에 중앙 감염병 병원의 건립이 추진될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부지에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이 건립되기 이전이라도 국립중앙의료원이 실질적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박 시장의 제안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 원장은 “우리가 현재 크나큰 성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장기전이라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박 시장의 결단은 대한민국 공공의료 발전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사업주체인 복지부와 미군 부지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방부와 협의해야 할 문제가 있으나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유관 부처간의 협의가 긴밀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새 중앙감염병원이 세워지는 동안 감염병 전문병원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고 신종 감염병 대응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 상임위원장은 “보이는 적과 싸우는 국방을 전통적인 국가 안보 지키기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신종 감염병 대응을 비전통 국가 안보 또는 국민 건강 보장, 헬쓰 시큐리티”라며 “한국전쟁 이후 전통적 국가 안보지키기에 일익을 담당했던 국가 공병단 기지에 이제 중앙감염병 병원을 설립하고 앞으로 헬스 시큐리티, 신종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는 보루로 만들겠다는 하는 서울시의 선언은 그 상징이 매우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 특히 보건복지부와 국방부와 실무적 논의를 충분히 거쳐서 반드시 중앙감염병원이 빠른 시간 내에 설치되기를 바란다”면서 “철저히 협의해서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군 공병단 부지는 당초 서울대사범대부속국민학교 부지로 서울대 소유였다. 하지만 한국전쟁 기간에 주한미군에 징발된 후 미국 극동공병단(FED)이 사용하다가 한국 정부에 반환한다는 계획이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결정된 2008년에 발표됐다. 이후 한동안 이 땅의 부지 소유권은 등기이전과 경정등기를 반복하며 국방부와 서울대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