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선거, 극우,극좌 정당 돌풍 "反EU,反이민"

염지현 기자I 2014.05.26 16:08:25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그룹 제1당 유지
但 프랑스, 그리스 등 극우·극좌 정당↑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反)유럽연합(EU), 반(反)이민 정책을 기치로 내건 극우·극좌파 정당들이 돌풍을 일으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반EU와 함께 이민 반대 등을 앞세운 군소정당들이 기존 거대 정당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기성 정치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극좌파 정당들이 약진한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EU가 위기 국가들에게 과도한 긴축을 요구해 EU 시민의 복지 혜택을 축소한 것이 반EU·반유로존 정서를 확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英, 100여년만에 제3당 보수·노동 양당 앞질러..그리스 나치 추종黨 활약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EU 28개국에서 치러진 제8대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의회 내 최대 정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이 제1당을 유지했다. 출구조사 결과 EPP는 전체 751석 중 212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도좌파 유럽사회당그룹(S&D)은 186석을 확보해 제2당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극우·극좌파 정당 등 반EU 그룹이 제3의 정파로 부상한 점이다.

반이민·반EU 정책을 내세운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은 영국 정치사에서 100년 넘게 유지돼온 보수·노동 양당체제의 벽을 허무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아직 총선에서 단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한 군소정당인 독립당은 절반 가까이 진행된 개표결과 29%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독립당에 이어 야당인 노동당이 24%로 2위에 올랐으며 집권 보수당은 23%로 노동당을 바짝 뒤쫓고 있다. 영국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이 1위에 오른 것은 자유당이 승리한 1906년 총선 이후 108년 만이다.

마린 르펜 당수가 이끄는 극우정당 프랑스 국민전선(NF)은 1972년 창당 후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25%의 지지율로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NF는 유럽의회 프랑스 의석 74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3~25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EU 최대 경제국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 기독교민주당(기민당·CDU)과 기독교사회당(기사당·CSU) 연합이 35.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그러나 기사당의 부진으로 지난 2009년 유럽의회 선거 득표율(37.9%)과 지난해 총선(41.5%)에는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 결과가 메르켈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유로화 통용을 반대해온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7%의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원내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경제위기 주범인 그리스에서도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간발의 차이로 집권 여당에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개표율 40% 상황에서 시리자는 26.4%를 얻어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에 3.2%포인트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당수가 범죄집단 조직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는 네오나치 성향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이 9.37%로 3위를 달리고 있다.

◇EU 유권자, 복지 혜택 축소에 뿔나..융커, EU 집행위원장 유력

마린 르펜(사진=가디언)
정치전문가들은 유로존 경제 위기가 유럽정치의 극단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EU가 위기 국가들에게 긴축을 요구하자 복지 혜택을 깎인 시민들 사이에 반EU 정서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EU 탈퇴 요구가 강한 영국 뿐 아니라 통합을 주도했던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당이 승리해 향후 EU 통합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내 반EU 세력의 확장은 EU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은행연합 등 통합 경제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금융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통합 금융감독 체제 및 부실은행 정리절차 확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EU의 이민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의회 선거 유세에서 극우 정당들은 이민 규제와 외국인 배척을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EU 이민 정책의 근간인 노동시장 자유화 원칙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최대 정파 지위를 유지한 EPP 소속 장 클로드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EU 행정권력 수장인 EU 집행위원장 자리에 바짝 다가섰다.

융커는 지난 19년간 룩셈부르크 총리를 역임하고 지난해 초까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 의장직을 수행했다. 그는 EU 통합 및 확대에 적극적이며 유로화 도입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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