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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짙은 남색 정장 차림을 한 이 후보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방통위원장직을 수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급변하는 방송·통신·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콘텐츠 산업 성장을 위한 환경 조성, 새로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응한 디지털·미디어의 공정성과 공공성 재정립, 자율성과 혁신성은 살리되 이용자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조화 있는 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개회와 함께 이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날 선 비판과 함께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 방송 등 언론 장악 시도, 건강보험료 납부 회피, 아들의 학교폭력 무마, 부인의 인사 청탁과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을 쏟아냈다. 하지만 앞서 예고한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 아들의 과거 하나고 1학년 재학 당시 학폭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 때도 그랬듯 (이 후보자도) 자녀 학폭만으로도 이미 자격박탈이다. 지금이라도 사퇴할 생각 없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도 “지금이라도 사퇴할 생각이 있느냐”고 종용하자, 이 후보자는 “점심 먹으면서 생각해 보겠다”면서 여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 후보자 구하기에 나섰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97%가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KBS는 방만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방만 경영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공적 자금을 투입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경영 윤리와 방송 윤리 등 거버넌스 차원으로 시스템 교정 이후 필요 시 지원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가 (하나고에) 압력을 행사해서 (아들 학폭 사건 관련) 학폭위를 무마했다는 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그렇다. 얼토당토않는 이야기”라며 “송구스러울 정도로 (야당에서 제가 압력을 행사할 정도의 위치로) 과대평가 해준다는 생각을 했다”고 맞장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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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의 지리멸렬한 공방은 이날 오후 2시15분에 속개한 청문회에서도 이어졌다.
이번 청문회를 위해 당초 교육위에서 과방위로 소속을 옮긴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만약 하나고에서 학폭위가 열리고 생활기록부에 기재됐으면 아들이 지금 다는 대학에 붙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주장이 추정에 입각한 소설이라고 대답하면 받아들일 건가”라고 되물었다.
반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가 이성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우리 헌법이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라며 “학폭이라는 국민들께서 대단히 예민한 이슈가 붙어 있다는 이유 때문에 공직자도 아닌 국민에 대한 집단 린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이 후보자를 두둔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낼 당시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동원해 언론을 사찰한 의혹을 캐물었다. 그러면서 9건의 문건을 공개하며 “언론 장악 관련 문건 중 실행에 옮겨진 문건”이라며 “정상적 문건이라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언론 동향) 모니터링 보고 수준의 것으로 보이고, 좌우간 제가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무엇이 정상인지 정의부터 하고 질문해달라”고 맞받아쳤다.
고 의원은 “후보자의 말과 태도를 보면 인사청문회 자리를 쉽게 보는 것 같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아니다.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으면 안 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전임 한상혁 방통위원장 체제의 5기 방통위에 대해 “여러 규제 개선 등 좋은 일도 많이 했다”면서도,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을 언급하면서 “특정 종편을 탈락 시키려는 목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수 조작은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6기 방통위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왼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오른쪽으로 기울게 한다는 게 아니라, 공정하고 평평하게 바로 잡는 게 제가 말한 방송 정상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