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전시회인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2022)에서 로보틱스에 메타버스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를 미래 로보틱스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인류의 이동 경험 영역을 확장하고,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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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2 개막을 앞둔 지난 4일(현지시간)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Expanding Human Reach)’라는 주제의 현대차그룹의 보도발표회는 참여 열기로 뜨거웠다. 코로나19 와중에도, 행사장 앞엔 입장하려는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발표 현장에는 200석이 마련됐지만 500여 명의 인원이 모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발표회에 로봇개 ‘스팟’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등장했다. 정 회장이 “땡큐, 스팟”이라고 말하자 스팟은 고개를 끄덕이고 스스로 계단을 내려갔다.
정 회장은 “로봇은 어린 시절 꿈이었지만 오늘날 로보틱스는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스마트 모빌리티를 제공하는 우리가 로보틱스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로보틱스 비전은 △메타모빌리티 △MoT(Mobility of Things) △지능형 로봇 등으로 구체화한다. 현대차는 미래에 인터넷 등에 구축된 기존 가상공간의 개념을 넘어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사라진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적 한계로 가상공간에만 머물던 사용자들이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궁극의 이동을 경험할 수 있는 메타모빌리티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현재 메타버스는 게임 플랫폼으로 인식되지만 메타버스의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며 “메타버스는 우리 일상에서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로보틱스와 메타버스의 결합은 기술적 관점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가 두 세계를 연결하는 접점이 될 것으로 봤다. 현대차그룹은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가상 속 현실을 경험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메타버스에 실제와 같은 쌍둥이 공장을 구축하고 로봇을 포함한 모든 기기와 장비들을 이와 밀접하게 연결시켜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 접속해 실제 공장을 운용·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구상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향후 기술의 진화로 후각과 촉각 등 로봇의 대리 경험을 사용자가 직접 느끼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사물에 이동성 부여…개인 이동수단·물류운송에 활용”
현대차는 모든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MoT 생태계를 구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가 CES 2022에서 공개한 플러그 앤 드라이브(PnD) 모듈은 어떤 사물에든 결합해 이동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PnD모듈은 인휠(in-wheel)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과 환경인지 센서를 하나로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 솔류션이다. PnD모듈은 물류 운송을 위한 로지스틱스 모빌리티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드라이브 앤 리프트(DnL) 모듈이 적용된 신개념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도 공개했다. DnL 모듈은 각 휠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며 각 휠에 장착된 모터가 몸체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원하는 기울기를 확보할 수 있다. DnL 모듈은 실내로 제한됐던 로봇의 운용 범위를 실외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로보틱스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벡스(VEX) 등 웨어러블 로봇이 인간의 신체 장애를 보조하고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켜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현장에 적용되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크게 증대시키고 작업자의 상해 가능성 및 피로도를 낮춰준다. 웨어러블 로봇은 일상생활에서는 이동 약자의 편의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선보였다. 총 28개의 유압 동력 관절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하며 감지센서 등을 통해 복잡한 지형에서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로봇이 인류를 돕는 미래를 꿈꾼다. 또 인간과 협업하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반려로봇 개발이 우리의 목표”라며 “궁극적으로 인류를 지원하기 위해 로봇과 함께 무한한 사물의 이동성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