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고수였던 그가 창업 생태계 조력자로 변신한 까닭

송재민 기자I 2025.01.23 13:15:20

황우성 아이피에스벤처스 대표 인터뷰
프리미엄 자산관리에서 벤처투자 ''도전''
테크 기반 글로벌 경쟁력 갖춘 기업에 투자
"뛰어난 창업자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아"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황우성 아이피에스벤처스 대표는 ‘주식 고수’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하나금융투자에 업무직으로 입사해 주식투자를 처음 접했고, 이후 투자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증권팀을 거쳐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자산관리 지점인 클럽원까지 진출했다. 하나금융그룹에서 최연소 상무 자리에까지 오른 그는 안정된 길을 뒤로하고, 벤처투자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며 여러 중소기업과 창업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지켜본 황 대표는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의 성공이 사회 전반의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황 대표는 “혼자 잘 되는 게 아니라 다 함께 잘 되는 길을 모색하고 싶었다”라고 벤처투자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산 관리도 결국 누군가를 돕는 일이다. 대기업의 회장님도, 평생 자영업을 통해 번 돈 2000만원을 갖고 오신 할머님도 똑같이 생각하고 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식할 수 있게 도왔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황우성 아이피에스벤처스 대표. (사진=아이피에스벤처스)
◇ “단순한 투자사 말고 진정한 동반자 되고파”

그가 수장을 맡게 된 벤처회사 ‘아이피에스벤처스’는 운용펀드 및 고유계정 투자를 포함해 누적 투자금 250억원으로, 국내 엑셀러레이터(AC) 중에서는 투자 상위 22위에 랭크 돼 있다. 황 대표는 “우리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진정한 동반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회사의 비전을 강조했다.

아이피에스벤처스는 ‘기술’과 ‘글로벌’을 두 개의 축으로 삼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테크 스타트업 중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기업들에 주력한다.

아이피에스벤처스가 운용하는 펀드 ‘밸류업 1호~7호’는 주로 의료기기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강점인 바이오 및 반도체 산업과 연계된 기술 발전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황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무너지지 않는 산업 두 가지를 꼽자면 바이오와 반도체다”라며 “이 두개의 섹터 중 넓은 의미의 바이오에 포함되는 의료기기 쪽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더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며 “신약 개발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 대신, 현실적으로 빠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의료기기와 바이오 전자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르면 올해 상장을 앞둔 포트폴리오도 있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메디웨일은 상장을 위해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아이피에스벤처스는 지난 2023년 메디웨일의 시리즈B 라운드에 투자사로 참여했다. 2016년 설립된 메디웨일은 의료 AI를 통해 망막을 촬영하고 1분 안에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측하는 ‘닥터눈 CVD’를 개발해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혈관 질환 전문 치료 의료기기 개발기업 엔벤트릭, 디지털 생검 플랫폼 브이픽스메디칼 등의 회수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피에스벤처스는 서울 중심의 투자 환경을 탈피해 대전과 천안을 거점으로 지방 창업 생태계에도 힘을 싣고 있다. 황 대표는 “뛰어난 창업자는 반드시 수도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울대나 카이스트를 나온 사람만 훌륭한 창업가가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초기 투자를 하는 투자사 중 80~90%가 수도권, 그 중에서도 서울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아이피에스벤처스는 지역에 숨어 있는 ‘원석’같은 인재와 창업자를 발굴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심사역을 충원하고 대전 및 천안 지역에서의 투자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지역 기반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지원하고,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 “비수도권부터 해외까지 발 넓힌다”

아이피에스벤처스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의 벤처캐피탈과 MOU를 체결했고, 올해는 영국, 중동,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 시장에서도 투자 및 협력 기회를 모색 중이다. 황 대표는 “해외에서의 투자는 단순히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세 가지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 첫째는 국내에서 투자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 둘째는 해외 유망 기업 발굴, 셋째는 해외 기관으로부터의 펀딩을 통해 국내 및 해외에서 더 큰 투자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주식 투자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벤처투자의 매력을 재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는 “모니터 앞에 앉아 숫자와 싸우는 정적인 일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 훨씬 보람차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이피에스벤처스의 목표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창업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투자’를 지향하며, 기술과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내 이름인 ‘우성(祐成)’처럼, 사람들과 기업의 성공을 돕는 것이 목표”라며 “아이피에스벤처스가 그러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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