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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이 빠진 자리는 다른 국가들이 메웠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분석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의 중국산 수입액이 655억달러 감소하는 동안 멕시코산 수입은 1926억달러 늘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은 872억달러, 대만은 738억달러, 한국은 600억달러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은 이를 국제무역의 ‘거대한 재배치(Great Reallocation)’로 평가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을 직접 수입하는 비중은 크게 줄었지만 베트남과 멕시코, 대만, 한국 등 기존 주요 교역국으로 수입선이 이동했다는 의미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전자제품 수요 급증이 최근 미국의 무역 구조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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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수입 점유율은 인도에서 86%,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에서 각각 80%, 필리핀에서 71%에 달했다. 가전에서도 말레이시아 77%, 태국 76%,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각각 75%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반면 이들 시장에서 한국산 가전의 점유율은 대부분 4% 이하에 머물렀다.
자동차와 기계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자동차 수입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인도네시아 42%, 태국과 말레이시아 각각 41%를 기록했다. 기계류 역시 인도네시아 60%, 태국 52%, 베트남 45%까지 중국산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한 분야는 조선 등 일부 산업에 그쳤다. 산업연구원은 안보 장벽이 작동하는 조선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원산지 규정으로 중국산 제품이 제약받는 멕시코,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을 펴는 인도 등을 한국이 버텨낸 대표적인 시장으로 꼽았다.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는 안보와 통상규범, 현지 산업정책이 한국 산업의 ‘방어선’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대중국 수입액은 2015년 3564억달러에서 지난해 7248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EU 역외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8.7%에서 22.7%로 상승했다. 한국산 수입 역시 430억달러에서 870억달러로 늘었지만 증가액에서는 중국과 약 8배 차이가 났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제조업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유지하는 동시에 산업 전반의 비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AI와 미래 반도체, 바이오, 핵공학, 우주항공 등 전략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원전과 입자가속기 투자를 확대하고 보조금·세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이 신흥국 현지화를 빠르게 확대하는 만큼 한국 기업 역시 과감한 현지 투자를 통해 최종재 시장 점유율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재 시장을 중국에 내줄 경우 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고부가 중간재의 수출 판로까지 함께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주력산업의 미래 시장과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제1의 위협은 이제 중국”이라며 “AI 반도체 특수로 가려진 K자형 산업 양극화 현상은 우리 내부의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기보다 지난 20년간 지속된 중국 제조업 고도화라는 대외 변수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