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001060)이 도입한 장기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 보팡글루타이드가 투약 주기를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기존 치료제와 맞먹는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면서다. 효능 경쟁을 넘어 지속성과 편의성으로 이동하는 글로벌 GLP-1 시장 흐름을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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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 만에 17% 감량”…짧은 기간에도 ‘고효능’
15일 JW중외제약에 따르면 회사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신약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bofanglutide, 개발코드: GZR18)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JW중외제약은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소재 제약기업 간앤리 파마슈티컬스(Gan & Lee Pharmaceuticals, 간앤리)와 GLP-1 수용체 작용제 신약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 에 대한 국내 독점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500만달러(73억원)와 단계별 마일스톤 7610만달러(1122억원)를 합쳐 총 8110만달러(1196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매출 구간별 경상기술료도 별도로 지급된다.
이번 계약으로 JW중외제약은 국내 개발·허가·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특히 보팡글루타이드는 이미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임상 2상이 병행되고 있는 후보물질이라는 점에서 개발 속도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보팡글루타이드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임상에서 확인된 체중 감량 효과가 꼽힌다. 중국 성인 과체중·비만 환자 3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2b상에서 30주 투여 결과 체중 감소율은 최대 약 16~17% 수준에 달했다.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가 확인됐다. 모든 용량군에서 일관된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격주 48mg 투여군과 주 1회 투여군 간 체중 감소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나 투약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동일한 효능을 구현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들이 50주 이상 장기 투여를 통해 체중 감소 효과를 축적하는 것과 달리 보팡글루타이드는 30주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도 높은 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도 높은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점은 충분한 경쟁력”이라며 “투약 편의성과 결합될 경우 시장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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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2주 1회가 가능한가’…핵심은 분자 설계
보팡글루타이드의 본질적 차별성은 약효 지속성이다. 이 약물은 22개 탄소 사슬 지방산이 결합된 구조적 변형 GLP-1 유사체로 설계돼, 피하 조직에서 천천히 흡수되고 체내 제거 속도도 지연된다. 그 결과, 반감기 약 1주 수준, 혈중 농도 안정 유지, 지속적 약리 효과를 동시에 확보했다. 이는 단순히 천천히 방출되는 약이 아니라 흡수·분해·결합력을 동시에 설계한 장기지속형 플랫폼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 같은 구조는 기존 GLP-1 계열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초기 GLP-1 약물(리라글루타이드 등)은 체내 효소(DPP-4)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반감기가 짧아 하루 1회 투여가 필요했다. 이후 세마글루타이드 등은 지방산을 결합해 알부민과의 결합력을 높이면서 반감기를 늘려 주 1회 제형으로 발전했다.
보팡글루타이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더 긴 탄소 사슬 지방산을 결합해 알부민 결합을 강화하고 조직 내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분자 구조를 최적화했다. 이로 인해 약물이 체내에서 더 천천히 방출되고 제거 속도도 늦췄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분자 구조 자체를 장기 지속형으로 설계해 체내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며 “이 덕분에 2주 1회 투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GLP-1 치료제 시장의 경쟁 축은 이미 효능에서 순응도로 이동하고 있다. 순응도란 환자가 처방된 약물의 용법·용량을 얼마나 정확히 지키며 치료를 지속하는지를 의미하는 지표를 말한다. 실제 연구에서도 GLP-1 치료 중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주사에 대한 부담이 지목됐다. 투약 간격을 늘리는 것이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제시됐다. 보팡글루타이드는 주 1회에서 2주 1회로 투약 횟수를 줄이면서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자가 주사라도 반복 투약은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투약 간격이 길어질수록 순응도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7000억 시장 열린다”…국내 비만약 판도 재편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이제 막 개화 단계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현재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는 약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GLP-1 치료제 확산에 따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약 5700억원 규모로 집계하며 세계 5위로 평가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최근 GLP-1 계열 치료제 확산 속도에 비춰 수년 내 1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은 2033년 약 1250억달러(184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JW중외제약은 보팡글루타이드의 국내 개발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이미 임상 데이터가 상당 부분 확보된 후보물질을 도입한 만큼 개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다”며 “빠른 상업화를 통해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같은 황인종(중국인)에서 체중 감량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올해 하반기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적응증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 3상에 동시 착수한다는 방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에서 이미 3상이 진행 중인 만큼, 국내에서는 가교임상 형태로 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가교임상은 해외에서 확보된 임상시험 결과를 국내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 수행하는 보완적 임상시험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인종, 체질, 약물 반응 차이 등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전체 허가 임상보다 규모가 작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팡글루타이드가 단순한 또 하나의 GLP-1이 아니라 투약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후보”라며 “효능 경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덜 맞는 약이 더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