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건 이노스큐어 테라퓨틱스 부사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데일리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바이오경제 2.0’에는 백신, 위탁생산(CMO) 등에 대한 지원계획만 있을 뿐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한 신약개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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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바이오경제 2.0을 통해 업계의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바이오경제 생산 100조원’과 ‘수출 500억 달러’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배 부사장은 위스콘신대학교 약리생화학 박사 출신으로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독(002390)약품 중앙연구소 상임고문을 겸임하고 있다. 국내 1세대 바이오 전문가인 그는 신약개발에 대한 지원 없이는 바이오경제 2.0이 ‘공언’(公言)에 불과하다고 보는 셈이다.
실제 배 부사장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인용해 “정부가 발목만 잡지 않으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보다는 제약·바이오 지원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제조업 관점에서 봐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날 ‘K바이오 기술수출, 과연 최상의 선택인가’라는 토론회의 주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배 부사장은 “정부가 제약·바이오벤처 후기 임상을 지원하게 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제에 저촉될 수 있다”며 “혹한기라도 기초연구부터 꾸준한 지원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2021년 6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비상장 제약·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는 300억원에 그쳤다”며 “신약개발은 우리 기업도 해낼 수 있으니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공적인 사례로 SK바이오팜(326030)과 HLB그룹을 들었다. 많은 실패에도 꾸준한 투자와 신기술 확보에 주력하며 국내 신약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배 부사장은 애초 선박제조회사 였던 HLB그룹이 바이오 기업들도 성공하기 힘든 신약개발 분야에서 꾸준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이 간암 치료제로 성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배 부사장은 “HLB그룹은 정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임상을 진행했던 것이 아닌 시장을 설득해 자본을 모아 여기까지 온 사례”라며 “선택적으로 암의 신생혈관확장을 막는 리보세라닙은 경구용 TKI로 간암 1차 치료제로 신약허가 본심사(NDA 파일링)가 진행되고 있다. 리보세라닙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글로벌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종 시판허가 승인을 받았다”며 “이 같은 성공은 SK가 27년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신약개발에 매달린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SK는 1993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구개발(R&D) 강화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사업 부문을 2011년 SK바이오팜으로 분사했다. 이후 SK바이오팜은 지난해까지 R&D 비용으로만 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배 부사장은 “K-바이오가 생존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정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에 바이오가 들어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신동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등 정부와 국회 관계자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