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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차인데 값만 올라"…美 신차 가뭄에 현대차 반사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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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30 0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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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경 비중 9%…20년 평균 14% 밑돌아
전기차 올인했다 급선회…신차 줄줄이 '공백'
하이브리드·저가 모델 많은 현대차 '반사이익'
본격 신차는 2028년 이후…당분간 버티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자동차 판매점에서 신차가 사라졌다. 전기자동차에 ‘올인’했다가 급히 방향을 튼 완성차 업체들이 새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하이브리드와 저가 모델을 갖춘 도요타·혼다·현대차는 반사이익을 누리는 반면, 픽업트럭 위주의 제너럴모터스(GM)·포드는 점유율을 잃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현대차 판매점. (사진=AFP)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현대차 판매점. (사진=AFP)
신차 교체율 9%…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 존 머피는 보고서를 통해 2026~2028년형 모델 가운데 완전변경(풀체인지)되는 차량 비중이 평균 9%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20년 평균인 1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판매량을 반영한 수치로, GM의 주력 픽업트럭 완전변경이 없었다면 더 낮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신차 가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장이 멈췄던 시기나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도 심한 상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 출신인 머피는 “신제품이 완전히 멈춰 섰다”고 말했다.

2027년형 모델 출시도 늦어지고 있다. 완전변경 감소에 출시 시점을 늦추는 업계 흐름, 일부 차종의 재고 과잉까지 겹치면서다. 애널리스트들은 업계가 기존 속도로 신차를 내놓기까지는 최소 1~2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기차 전환과 급격한 후퇴가 남긴 후유증이다. 업체들은 2020년대 초 앞다퉈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했지만 수요는 기대에 못 미쳤고,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과 배출가스 규제를 없애자 급감했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이후 수십종의 전기차 모델을 취소하거나 연기했고, 이에 따른 손실 처리 규모만 700억달러(약 94조7000억원)를 넘었다. 전기차에 수십억달러를 쏟는 사이 하이브리드, V8 엔진 트럭 등 지금 소비자가 원하는 차종 개발은 뒷전으로 밀렸다.

GM·포드 밀리고 도요타·현대차 약진

시장 판도도 바뀌고 있다. 올해 GM과 포드는 하이브리드와 저가 모델이 많은 도요타, 혼다, 현대차에 점유율을 내줬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에린 키팅 수석애널리스트는 디트로이트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저가 차량 등 새로 인기를 끄는 부문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아시아 경쟁사들은 새 모델을 기다리지 않고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 미국법인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는 1년 전보다 33% 늘어 월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29%에 달했다. 콕스오토모티브는 3분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이 51만1421대로 포드(50만4172대)를 분기 기준으로 처음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뜩이나 미국 자동차 판매는 부진하다. 높은 신차 가격과 기름값 상승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어서다. 콕스오토모티브는 올해 누적 판매가 약 2%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달 들어 수요는 다소 살아났다.

캐딜락은 전기차에 사실상 올인하며 휘발유 모델 3종을 정리했다가, 이 중 하나는 부활시키고 다른 하나는 계속 생산하기로 했다. 대표 차종인 에스컬레이드는 6년 넘게 대대적인 변경이 없었다.

현장 불만은 크다. 뉴저지주 캐딜락 딜러 마이클 디페오는 “고객들이 ‘같은 차인데 가격만 계속 오른다. 다시는 이 차를 리스하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미시간주 잭슨의 크라이슬러·닷지·지프 판매점도 사정이 비슷하다. 정비소는 차를 더 오래 타려는 고객들로 붐비지만, 신차 주차장엔 팔리지 않은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총괄매니저 마크 트루델은 “나올 신차가 있긴 하지만 거기까지 3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일 미국 뉴욕국제오토쇼 언론 공개 행사에 전시된 포드 머스탱 RTR. (사진=AFP)
지난 4월 1일 미국 뉴욕국제오토쇼 언론 공개 행사에 전시된 포드 머스탱 RTR. (사진=AFP)
본격 신차는 2028년 이후…당분간 버티기

업체들은 부랴부랴 라인업 재정비에 나섰다. 대형 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실속형 세단과 소형 픽업, 다양한 크기의 하이브리드, 새 전기차까지 준비 중이다.

하지만 공장 설비를 바꾸고 공급망을 새로 짜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려 대부분은 2028년 이후에야 시장에 나온다. 스텔란티스 대변인은 “이 산업은 한순간에 방향을 틀 수 없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신차가 나오기 전까지 외관 변경과 특별 사양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처지다.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형광색 지프 랭글러, 시작 가격이 10만달러(약 1억3500만원)인 고성능 머스탱 등이 대표적이다.

포드는 특히 이 전략에 적극적이다. 오프로드용 픽업·SUV, 거리 경주 스타일의 소형 픽업 매버릭, 아웃도어 브랜드 카하트·필슨과 협업한 모델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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