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셀트리온, 美 CDMO 공장 스펙 뜯어봤더니

임정요 기자I 2026.02.13 08:21:04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국내 바이오 위탁개발및생산(CDMO) 기업들이 연이어 미국의 생산시설(공장)을 인수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에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 미국 공장 인수를 시작으로 CDMO 사업에 뛰어든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지난해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모두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이데일리는 국내 CDMO 기업별 미국 공장의 스펙을 비교해 각사의 차별점과 경쟁력 등을 살펴봤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경제성 등 고려해 공장 신설보다 기존 공장 인수 선호



이데일리가 국내 CDMO 기업별 미국 공장의 스펙을 비교해 살펴본 결과 국내 CDMO 기업들은 미국에서의 건설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이미 지어진 공장을 사들이는 쪽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혁재 셀트리온 수석 부사장(CDMO TF장)은 최근 일라이릴리 생산시설 인수에 대해 "(인수가가) 직접 짓는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5년의 시간을 단축한 효과"라고 평가했다.

셀트리온은 국내 기업 가운데 인수한 미국 생산시설의 규모나 투자비용이 가장 크다. 셀트리온이 46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생산시설은 6만6000ℓ의 생산 여력을 보유했다. 셀트리온은 추가로 6만6000ℓ를 증설해 총 13만2000ℓ 규모의 시설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인수 실무를 주도한 강귀만 셀트리온 신규개발본부장(상무)은 "인수부터 증설까지 총 1조5000억원 정도를 들인다"며 "(당사는) 증설 가능성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생산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DMO 수주도 필요하지만 일라이 릴리의 물량과 자사 물량만으로도 일정 부분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셀트리온의 공장 인수 소식이 나온 후 질세라 인수 결정을 내렸다. 인수한 시설은 6만 ℓ의 생산여력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최대 4만ℓ를 증설해 10만ℓ 규모로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생산 시설의 경우 4개 섹터로 이뤄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4개 섹터 중 한 섹터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소유인데다 나머지 섹터의 소유주도 다르며 빈땅의 원 주인이 100년 이상 팔지 않은 땅이기에 증설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생산 여력을 갖춘 만큼 미국 시설 규모가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송도에 1공장~4공장이 있는 제1바이오캠퍼스와 5공장이 있는 제2바이오캠퍼스를 합해 총 78만5000ℓ의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 이는 미국 시설의 10배 이상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6공장~8공장을 증축해 생산 능력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미국은) 한국 대비 당연히 생산 원가가 높은 곳"이라며 "처음 생각보다 인수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그간 미국에 공장이 없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린 고객이 있는 만큼 록빌시설 인수는 새로운 매출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공동 생산하는 고객사들의 경우에는 지역 공급망을 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보다 근접 지역에서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규모와 지역, 모달리티 면에서 계속 확장할 것"이라며 "(미국과 송도 시설 사이에) 매끄러운 전환을 통해 고객사들에게 최적화된 생산 체계인 엑설런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22년 설립과 동시에 미국 공장 인수를 추진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2~3년 빠르게 미국 진출을 이뤘다. 이는 2002년 출발한 셀트리온, 2011년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가장 뒤늦게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만큼 차별화 전략을 꾀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설의 인수부터 증설까지 총 3767억원을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항체 생산가능 여력 4만 ℓ의 미국 공장을 확보했다. 국내에는 송도에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7년부터 12만 ℓ 규모 공장 가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시러큐스 캠퍼스와 하반기 완공될 최첨단 송도 캠퍼스의 이원화 생산 전략으로 실질적인 계약 체결로 이어지는 유의미한 비즈니스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미국 공장은 최초 설립연도가 1943년으로 가장 오래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공장은 1999년 준공했다. 셀트리온이 인수한 공장이 2006년 지어진 것으로 비록 20년이 경과한 시설이지만 3개 기업 중 가장 신식 공장을 인수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혜성같은 신인' 15년 업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진출



글로벌 CDMO 업계에서는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진출을 견제하는 눈치가 감지된다. 론자와 써모피셔, 후지필름 등 90~130년의 업력을 보유한 글로벌 CDMO 기업 사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협적인 신인으로 여겨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후 15년 업력 만으로 6개의 공장을 짓고 지난해 연매출 4조5500억원을 잠정공시했다.

론자와 써모피셔, 후지필름은 지난해 각각 매출 12조원, 64조원, 30조원을 기록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비하면 곱절의 매출을 나타냈다. 하지만 업력 대비 성장 속도 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단 21개월 만에 글로벌 품질관리 수준(GMP)에 맞춘 바이오 생산 공장을 지어내 가동시키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었다면 이들 글로벌 기업은 다양한 지정학적 위치에 생산시설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제껏 국내에만 공장을 직접 지어왔다. 하지만 이번 미국 록빌 공장 인수로 이 같은 구도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열렸던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현장에서는 후지필름과 써모피셔, 카탈란트 등 글로벌 CDMO 기업들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공장 인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데일리가 현장에서 만난 라스 피터슨(Lars Peterson) 후지필름 CEO는 "과거 바이오젠에 근무해 삼성의 바이오 사업에 대해 잘 안다"며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한 공장은 GSK가 직접 지은 것이 아닌 한 차례 인수로 확보한 공장이며 연식이 꽤 돼 전혀 의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지필름의 사례를 보자면 2011년부터 2022년 사이 8건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산 능력 등을 확대해왔다. 타 법인 공장 인수를 통한 사이트 확장의 경우 후지필름이 오랜기간 전개해온 전략이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공장 건축에 자신감이 있었던 만큼 외부 생산시설 M&A는 후순위였다.

현재 글로벌 CDMO 기업 사이에서는 ADC 생산 능력이 관건으로 꼽힌다. 후지필름은 2027년까지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에 부합하는 ADC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설계부터 구축, 운영까지 끝까지 한 번에 관리·운영하는 방식)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4만ℓ 항체 생산시설과 별도로 1000ℓ 규모의 ADC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ADC 완제의약품(DP) 서비스를 내년 1분기 론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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