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기업공개(IPO) 시장의 중추 역할을 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투자은행(IB) 상장을 타진하고 있다. 주인공은 리야드캐피탈. 지분 구조상 정부 몫이 다수인 만큼, 리야드캐피탈의 상장 추진은 국가 주도의 움직임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동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우디 증시에 리야드캐피탈이 입성하면 글로벌 투자은행 판도에 미칠 파문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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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캐피탈은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사우디 PIF가 최대주주인 리야드뱅크의 투자은행 부문 자회사다. 이곳 리야드뱅크에는 PIF(지분 21.75%)뿐 아니라 정부 지분(10.39%)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리야드뱅크는 자산 기준 사우디 내에서 3번째로 큰 대출기관으로 꼽힌다. 리야드캐피탈이 상장하면 투자은행 부문을 분사시키는 사우디 최초의 대출기관이 된다.
리야드뱅크는 최근 이사회를 개최해 리야드캐피탈의 상장 절차 진행을 위한 결의안을 발표했다. 기업가치 산정, 구조 결정 등 IPO 진행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면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리야드캐피탈의 재무구조가 비교적 탄탄해 증시 입성에 무리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억8050만리얄(약 1439억원), 총 자산은 약 30억리얄(약 1조1342억원)에 달했다.
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IPO 시장 침체기에도 불구, 걸프협력회의(GCC·중동 6개 산유국) 국가들은 지난 2년간 고유가를 기반으로 한 국부펀드들의 자금력,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기반으로 IPO 붐을 겪었다. 사우디에서도 모던 마일즈 컴퍼니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으로 IPO 붐이 일었다. 리야드캐피탈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해 리야드뱅크 등 현지 대형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있는데, 리야드캐피털 IPO로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경제 다각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전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