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 국가배상 항소심 선고 D-7…“진실 밝혀달라”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윤 일병 사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의 선고를 일주일 앞두고 항소심 재판부에 각종 의혹과 관련한 진실을 밝혀 책임 있는 선고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윤 일병 사건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사진=김윤정 기자)

故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15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승주의 죽음을 두고 장난치려 한 사실을 사과받으려 소송을 시작했다”며 “온몸이 상처와 멍투성이인 아들을 보고 훈련하다 생긴 거라고 큰소리치던 대대장의 모습이 생생하다”고 입을 열었다.

안씨는 “여태 아들이 음식 먹다 질식해 죽었다고 믿고 살았다면… 지금도 아찔한 생각이 든다”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책임지고 벌 받은 관련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다음 주에 선고할 항소심 재판부는 제발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유족과 센터 측은 윤 일병 사망 당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한 군 관계자들에 잘못이 있다며 국가가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육군 고등검찰부장은 2014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1년 차 초임 검찰관이 사건을 혼자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4년 차 소령 법무참모가 있었고, 제가 육군본부에서 관련 규정과 법령에 따라 필요한 지휘를 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유족 측은 “당시 감찰관은 서면 증언을 통해 육군 고등검찰부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은 바 없다고 한 진술과 배치된다”며 “어느 선에서 수사 지휘가 이뤄졌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 초기 헌병대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다시 언급됐다. 센터 측은 “승주가 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헌병대 소속 주 모 중사는 가슴과 옆구리 등 몸 곳곳이 멍투성이인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사진 6장까지 촬영했으나 상부에 보고할 ‘중요사건보고서’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멍이 심한 가슴과 옆구리는 이불로 가린 채 다리 일부만 드러난 사진 한 장만 편철했다”고 말했다. 또, 폭행 관련 내용은 유족의 ‘의혹 제기’ 수준으로만 적어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센터 측은 육군본부 정훈공보참모가 2014년 4월 7일 오후 7시 51분 윤 일병의 사망원인을 ‘기도를 막아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돼 발생한 뇌 손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이라고 언론에 배포했지만, 검시가 보도자료 배포 이후인 밤 10시 8분에 시작됐다는 사정을 봤을 때 검시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도 덧붙였다.

윤 일병 유족은 “육군이 사건 발생 초기 윤 일병이 심각한 구타를 당해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직적으로 ‘질식사’로 사인을 둔갑하고 사안을 은폐했다”며 “사인 조작 등에 가담했을 것으로 판단되는 군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했으나 군검찰은 이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분노를 표했다.

한편 유족 측은 지난 2017년 국가와 주범 이모 병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사건 이 병장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 부분은 기각했다. 이에 유족이 항소했고, 오는 22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