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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헌 SKT CEO “AI 생산성, 불편함의 골짜기 넘어야 뛴다”…‘AX의 J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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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6.09.02 0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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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AI 공동과정 첫 수업서 300여명 대상 특강
“낯설게 보고, 극한 마주하고, 불편해져야 도약”
“통찰·공감은 사람의 경쟁력”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재헌 SK텔레콤(017670) CEO가 AI 전환의 핵심으로 ‘불편함을 견디는 과정’을 꼽았다. AI를 도입하면 처음에는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지만, 이 과정을 넘어가면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AX의 J커브’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정 CEO는 지난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대학원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를 주제로 특강했다.

이번 특강은 SK텔레콤과 서울대가 10년째 운영하는 ‘SKT-서울대 AI 공동과정’의 첫 수업으로 마련됐다. 1987년 서울대 공법학과에 입학한 정 CEO가 약 40년 만에 모교 강단에 선 자리이기도 하다.

정 CEO는 “기술을 가르치러 온 것이 아니라 AI 전환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는지 나누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정재헌 SKT CEO가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정재헌 SKT CEO가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정재헌 SKT CEO가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정재헌 SKT CEO가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AI 도입하면 처음엔 생산성 떨어져…불편함 넘어야 J커브”

정 CEO가 이날 가장 강조한 것은 ‘AX의 J커브’다.

AI를 도입한다고 업무 효율이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기존 업무 방식을 바꾸고, 데이터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견디면 어느 순간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정 CEO는 이를 경제학에서 환율과 무역수지의 관계를 설명할 때 쓰는 ‘J커브’에 빗댔다.

그는 “불편함의 골짜기 앞에서 돌아서면 영원히 곡선의 왼쪽에 머물지만, 이를 견뎌낸 조직은 어느 순간 J자로 꺾여 올라간다”고 말했다.

AI 전환을 위해서는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낯설게 보기’는 기존 업무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정 CEO는 “이 일은 꼭 사람이 해야 하는가”, “이 순서가 최선인가”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AI를 전제로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극한 마주하기’는 기존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이다.

정 CEO는 SK텔레콤이 제한된 GPU 환경에서 6880억 파라미터 규모의 독자 AI 모델 ‘A.X K2’를 개발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모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2차 심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불편해지기’는 AI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초기의 불편과 비효율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 CEO는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SK텔레콤의 한 개발자는 고객 요청에 따른 시스템 수정 업무를 기존에는 약 50시간에 처리했지만, 이를 AI로 자동화하는 과정에서는 처음에 오히려 500시간 이상이 걸렸다.

AI 에이전트를 새로 만들고 수정하면서 수백 차례 검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을 계속한 결과 현재는 같은 업무를 약 1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AX의 J커브. 사진=SK텔레콤
AX의 J커브. 사진=SK텔레콤
정재헌 SKT CEO가 참석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모습
정재헌 SKT CEO가 참석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모습
정재헌 SKT CEO가 참석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모습
정재헌 SKT CEO가 참석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모습
“AI 시대에도 방향 정하고 가치 판단하는 건 사람”

정 CEO는 AI 시대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통찰력과 공감 능력을 꼽았다.

그는 “AI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 같은 시대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도성을 갖고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통찰력과 공감 능력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뒤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CEO는 “자신만의 도메인 전문성을 갖추고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나아가 도메인의 경계를 넘어 기술과 산업, 사람을 연결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시대 인재의 4가지 조건’도 소개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고 실패에서 다시 배우는 ‘적응 근육’,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 근육’, 체화된 경험을 가치로 만드는 ‘신체 지능’이다.

정 CEO는 “네 가지 모두 코딩 능력이 아니다”라며 “기술은 AI가 점점 더 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람만이 가진 능력이 인재의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의 몫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와 무엇을 만들 것인가 묻는 시대”

정 CEO는 AI가 산업과 사회의 변화 속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대중화에는 60여년, 휴대전화 보급에는 10여년이 걸렸지만 챗GPT는 출시 한 달 만에 사용자 50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AI 경쟁이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다른 나라의 기술에 의존하면 기술과 서비스의 조건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만큼 자체적인 AI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CEO는 “10년 전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오늘 우리는 ‘AI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다”며 “10년 뒤 이 질문의 답을 만들게 될 여러분과 AI 혁신 현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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