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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딕스 영국 옥토퍼스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국제증권업협회협의회(ICSA) 연차총회 컨퍼런스에서 “영국에서 벤처캐피탈신탁(VCT) 투자를 받은 기업 중 약 1000개가 높은 성장을 이뤘다”며 “한국도 ‘벤처겨울’을 극복하고 모험 자본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VCT와 같은 제도도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의 VCT는 벤처캐피탈에 투자하는 금융투자 상품으로 7만명 이상 고용창출과 7000만 파운드 규모 세수증대 등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최근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BDC는 VCT와 유사한 형태다. 공모로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비상장 벤처기업,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환매금지형 공모펀드다. BDC 도입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5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과 금투업계는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 위험기피로 모험자본 공급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BDC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미국 블랙스톤의 조나단 복 BDC 대표 역시 BDC 도입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복 대표는 “최근 은행 신디케이트론(다수 은행이 채권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융자하는 중장기대출)의 장기 침체로 인해 BDC를 통한 직접대출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BDC는 직접대출 중심으로 4조달러(약 5000조원)에 달하는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BDC는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탈 등 참여자들의 협업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과 기업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BDC와 VCT도 고금리·고인플레이션으로 벤처투자가 위축된 현재 상황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만큼 국내도 지금이 BDC 도입의 최적기”라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미국 금융시장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는 진단도 나왔다. 피터 매티슨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전무는 “미국 경제전문가들의 78%는 미국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기준금리는 5.00~5.25%까지 오른 뒤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0~5.25%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향후 추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매티슨 전무는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4년 1.7% 오르고, 인플레이션은 올해 말과 내년 말 모두 3.0%로 예상된다”며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더 탄력적으로 회복됐으나 내년 대통령 선거로 아직 매우 불투명한 상태인 만큼 내년 상원 투표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채권투자 등 기술 혁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브라이언 패스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채권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면서 “친환경 채권투자가 전세계 시장에서 약 15~20%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스코 회장은 “국제 금융시장은 팬데믹, 전쟁, 은행 부실 사태 등을 겪으며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시장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기술혁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