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정희지(23)씨는 지난 6월 급하게 구매한 일회용 보조배터리를 석 달째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정씨는 “포장지에는 플라스틱과 안에 있는 건전지를 분리해서 버리라는 설명이 있는데 (분리가) 잘 안 돼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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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한국전지재활용협회의 ‘12개 기초자치단체 재활용 폐기물 중 폐전지 선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나흘간 집계된 리튬 2차전지 품목별 입고량 3454.4㎏ 중 일회용 보조배터리는 73.29㎏(2.12%)을 차지했다. 2022년에는 같은 기간 동안 일회용 보조배터리의 배출량이 적어서 품목별 순위와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2년 사이 배출량이 급증한 셈이다.
하지만 정씨처럼 올바른 폐기 방법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일회용 보조배터리를 폐건전지함이 아닌 일반쓰레기나 재활용쓰레기로 버리고 있다. 직장인 최정아(25)씨 역시 지난 8월 구매한 일회용 보조배터리를 일반 쓰레기통에 버렸다. 최 씨는 “그냥 버리면 되는 거 아니었느냐”며 “버릴 때 어디에 버려야 할지 별다른 고민은 안해봤다”라고 말했다.
최근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일회용 보조배터리의 화재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폐기물 처리업체에선 일회용 보조배터리와 관련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도봉구에서 자원순환센터를 운영하는 김현수씨는 “플라스틱 안에 배터리가 있는지 없는지 하나하나 알 수 없기 때문에 압축 과정에서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다”며 “올해만 3번 이상 화재가 났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의 한 쓰레기처리 업체 관계자도 “하루에 세는 것만 10~20개 정도 나온다”며 “배터리가 쓰레기 사이를 돌아다니며 스파크가 나고 불이 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폐기 책임의 주체나 기준이 없어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여한 현행 생산자책임활용제도(EPR)는 냉장고·청소기 등과는 달리 일회용 보조배터리와 같은 소형 2차 전지는 따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회용 보조배터리에 대한 폐기 방법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다.
이시정 한국전지재활용협회 사무국장은 “일회용 보조배터리가 제도권 밖에 있다 보니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플라스틱과 그 안에 있는 건전지를 분리하지 말고 통째로 폐건전지함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적다”며 “부피가 작은 특성에 맞춰서 어떻게 선별하고 배출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