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전격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이 타결 이후, 여론의 호된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일 정부간 합의는 이뤘지만 정작 피해자 할머니들과 국민 정서를 거스르면서 ‘재협상’은 물론 ‘책임자 문책’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朴대통령 호소에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굴욕 협상’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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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임성남 1차관과 조태열 2차관은 각각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과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지만 윤 장관은 국회를 찾아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났다.
위안부 협상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나섰으나 민심을 돌리는데는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2015년 12월 5주차(28~31일) 마지막 주간집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1.3%포인트 오른 53%(매우 잘못함 36.1%, 잘못하는 편 16.9%)로 4주 연속 상승했다.
리얼미터측은 “정부의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4주 연속 상승했다”며 “더민주당과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외교부’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위안부 할머니’가 연관 검색어로 나올 정도다. 이번 협상과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교 당국은 여전히 이번 위안부 합의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를 바란다”며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오히려 연초부터 이어지는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시작으로 3국 공조는 물론 한미, 한일 공조를 다질 채비를 하고 있다.
◇ 정부, 여론 진화에 ‘안간힘’…야권에서는 협상 무효화·책임 추궁 요구 목소리 ↑
반면 시민단체와 야권에서는 정부와 외교당국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교부의 수장으로 협상을 전두지휘하고 최종 타결을 한 장본인인 윤 장관을 향한 화살끝은 더욱 날카롭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윤 장관을 겨냥해 “아직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지도 않은 주무부처 장관은 피해 당사자들의 노기 어린 항의에는 귀를 닫고, 미국 당국자들의 칭찬을 전하며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심 대표는 “외교의 제1원칙은 내치를 잘하는 것이다. 민의 수렴 없는 좋은 외교는 가능하지 않다”면서 “국회는 즉각 청문회를 열어 협상과정의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정부 당시 위안부 문제가 한일회담에서 논의된 바가 없고,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음을 재천명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권리를 처분할 권한이 정부에게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주권을 제약하거나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약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번 합의는 우리 헌법상 무효”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종걸 더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달 30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합의는 형식상 양국 정부가 회담 결과를 구두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 당은 이 합의와 관련해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 집권 시에도 어떠한 기속을 받지 않음을 확인하고, 정치외교적으로도 책임이 없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향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당 차원의 범국민 반대운동 전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외교·법학 전문가들도 공동 선언문이나 양측 외교부 장관의 서명 등이 빠진 이번 협상의 형식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국제법 전문)는 이번 합의에 대해 “신사협정이나 조약 등도 서명자가 있어야 한다”면서 “일본측은 (아베) 총리의 이야기를 대독하고 있고 우리 외교부 장관은 정부 입장을 대표하는 지도 불명확하다. 법적인 구속력이 애매모호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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