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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새 수장에…"검찰 수족 vs 경찰 수사에 힘"

이소현 기자I 2023.02.24 17:59:28

정순신 2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검찰 인사가 경찰수사 지휘하는 셈
"검찰이 경찰 수사권 장악" 우려
"진짜 수사통, 경찰 수사 발전" 기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24일 남구준 초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임기 2년을 마치고 퇴임하며, 후임으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경찰 내부가 술렁인다.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물론 3만4000여명에 달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국수본부장에 사상 첫 검사 출신이 오르자 “검찰의 수족이 됐다”, “검찰 장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진짜 ‘수사통’이 온다”, “경찰 수사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등 일부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가수사본부 전경, 정순신 2대 국가수사본부장(사진=이데일리 DB)
◇ 사상 첫 검찰 출신 국가수사본부장…“우려가 현실로”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경찰 수사와 관련해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국수본부장에 경찰이 아닌 검찰 인사가 임명되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수본이 경찰 수사권 독립의 상징적인 기관이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은 2020년 기존 경찰 사무가 국가·자치·수사 경찰로 나누는 경찰법 개정에 따라 2021년 1월 1일 출범했다. 경찰의 숙원이기도 했던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성과물로 여겨진다.

이러한 배경 탓에 이날 경찰 내부망 ‘폴넷’에 경찰관 A씨는 “경·검 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같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에 “걱정이다. 조직이 이래서 안정되겠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 “우리 조직에서도 수사를 잘하는 분이 정말 많은데 어째 이럴 수가 있느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또 검찰권 장악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경찰관 B씨는 “예전에도 못했지만, 비리검사 수사는 누가할까”라며 “검사공화국에 대항할 세력은 아무도 없다”고 토로했다.

실명으로 게재되는 내부망 특성상 몸을 사리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비판적인) 글을 쓰는 것도 무섭다”는 반응에 이어 “조심하라. 압수수색 들어갈 수 있다”라는 자조적인 표현도 나왔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현장 경찰들도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비경찰대 출신인 서울의 한 경찰 간부는 “아직 검수완박, 수사권 조정 등으로 잡음이 있는 상황에서 국수본부장에 검찰 출신이 온다는 게 모양 상 안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 인선한 1대 본부장과 달리 2대 본부장은 외부 영입이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경찰관은 “검찰 출신의 국수본부장이 오는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고 여기는 동료가 많다”며 “사실 내부 정치와 승진에 목마른 간부급이 아닌 일반 직원들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경찰국 사태로 혼란을 겪은 지휘부가 경찰 조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 간부는 “조직을 유지하는 수장으로서는 어떻게든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도 (경찰국 사태와 비슷한) 그런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고충은 현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의견차이가 존재하니 앞으로 지휘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24일 경찰청에서 열린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이임식에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직원들이 남 본부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연합)
◇ “수사통, 정권 실세 임명…경찰 수사에 힘” 기대감

반면 검사 출신 새 국수본부장 임명에 “수사 전문가이자 정권 실세의 임명으로 경찰의 수사가 힘을 받을 수 있다”며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정 신임 본부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동기인 사법연수원 27기 검사 출신으로,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장과 창원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이던 시절 대검 부대변인을 맡았으며,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는 인권감독관으로 근무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된다. 경찰청도 “경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경찰의 책임수사 역량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 수사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의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이 독자 수사를 하기에 아직 능력이 부족한 것을 인정할 때”라며 “진짜 수사를 해본 검찰 출신이 와서 당분간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국수본이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경찰관은 “경찰은 사표를 쓰고 나면 할 게 없어 정권의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검사 출신은 그만둬도 변호사로 먹고살 수 있지 않느냐”며 “정권 눈치를 덜 볼 수 있어 소신껏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찰청 소속을 인증해 글을 쓸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검찰 출신 환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게시자는 “경찰 수사통보다 검찰 출신들이 수사환경이 열악한 것을 훨씬 더 잘 안다”며 “범죄자를 직접 대해보고, 악성 민원에도 시달려 보는 등 수사 실무 경험을 해봤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임기 시작부터 경찰 안팎에서 우려와 기대를 받고 있는 정 본부장이 앞으로 국수본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 본부장은 오는 27일 공식 취임한다.

한편, 남구준 초대 본부장은 이날 이임식을 끝으로 퇴임하며 “경찰수사의 독립성·중립성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든든히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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