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에도 긴축으로 돌아서는 중앙은행들…왜?

장영은 기자I 2021.12.20 14:45:22

각국, 부양책 거두고 금리인상 등 긴축행보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에 유동성 과잉 공급
경제성장 위축보단 인플레 지속에 더 큰 우려
中, 기준금리 인하하며 엇박자…"성장률 하락 방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코로나19 신종 변이 오미크론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책 대신 긴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여름 델타 변이가 퍼지던 때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등 물가 안정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 AFP)


◇美 테이퍼링 속도 높이고 英은 전격 금리인상

19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내년도 3차례의 금리인상을 시사한 데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0.15%포인트 올리며 주요국 중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채권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경제활동에도 새로운 제약이 생기고 있지만, 중앙은행들은 대유행의 시작 때처럼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대신 경기 부양책을 거두고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화 정책 결정권자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위협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는 고강도 봉쇄 조치에 따라 △소비가 급감하고 △실업자는 증가했으며 △가격은 떨어졌다. 그러나 몇 달 내에 전자상거래와 원격근무 확대로 소비가 선진국 경기는 빠르게 회복했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올해도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작년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은 31.2%(연율) 급감하며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했으나, 하루 25만명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며 코로나 사태가 정점을 찍던 올해 1분기에는 오히려 6.3% 성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 공급망 차질을 장기화하면서 수요 보다 공급면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사진= AFP)


◇경기둔화보다 인플레 압박 커…中은 LPR 소폭인상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소비와 일자리 감소에 덜 영향을 미치는 반면, 공급망 악화 사태를 장기화하고 인플레이션을 계속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북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유행 초기에는 고강도 봉쇄 때문에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이 감소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며 “현재는 각국 정부가 봉쇄 조치를 꺼리면서 그 반대 현상(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급이 수요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준 역시 오미크론 변이가 안 그래도 높은 인플레이션에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을 더 우려한다고 WSJ은 전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오미크론은 노동력과 물자 공급 부족을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로버트 덴트 노무라증권의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연준이 4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며, “연준이 예상보다 이르게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미크론 변이가 글로벌 경제에 일정 부분 타격을 주겠지만, 그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는 내년 1분기 미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에서 3%로 하향 조정했으나, 감소분만큼 다음 분기에 만회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내년 미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로 낮춰 잡았으나, 오미크론 영향보단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사회복지예산안이 통과되기 힘들 것이라는 변수를 반영한 것이다.

한편, 중국은 20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05%포인트 낮췄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가운데 중국 금융당국이 20개월 만에 LPR을 인하한 이유는 경기 둔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진 데 이어 4분기 성장률도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번 LPR 인상은 세계 경제 성장의 주축을 맡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반영됐단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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