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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수익률)는 이날 0.31%포인트 급등해 2.79%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 상승폭은 1997년 이후 28년 만에 최대폭을 각각 기록한 것이다.
독일의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전날 밤 사회민주당(SPD)과 5000억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 특별기금을 편성하고, 헌법에 규정된 국방비 차입 한도를 면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더라도 재정준칙에서 예외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국채 발행을 통한 무제한 차입이 가능해진 것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금리를 끌어올렸다. 사실상 ‘돈풀기’를 약속한 것이어서 독일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독일 경제는 2023년(-0.3%)과 2024년(-0.2%) 2년 연속 역성장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다. 올해 성장률도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독일 거시경제·경기연구소(IMK)는 “새로운 부양책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성장이 상당히 가속화할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2%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일각에선 차입비용 증가로 부채비율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약 64%를 기록했다.
코메르츠은행의 요르그 크라에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비율이 10년 안에 90%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새로운 특별기금만으로도 향후 몇 년 안에 GDP 대비 부채비율이 약 10%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이다. 여기에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확대하면 연간 2.5%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산업국과 비교하면 독일의 부채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충분한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스코프의 에이코 시버트 분석가는 2029년까지 독일의 부채가 GDP 대비 약 7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 80%보다 여전히 낮다. 당시에도 독일은 국가 신용등급 AAA를 유지했다.
독일의 경기부양책이 유럽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로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유로화는 전일보다 1.5% 넘게 올라 1.078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하락폭을 대부분 회복한 것이다.
독일의 경기부양책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천억유로 규모의 돈풀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올해 연말까지 ECB의 금리인하 전망을 기존 90bp(1bp=0.01%포인트)에서 75bp로 낮췄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의 외환 분석가인 리 하드먼은 “독일의 부양책이 성장을 뒷받침한다면 ECB가 공격적 금리인하에 대한 압박을 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