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LA서 이민자 ‘순찰형 불시 단속’ 허용

임유경 기자I 2025.09.09 09:53:26

인종·언어·직업적 특징만으로 무작위 이민 단속
보수성향 대법원, 하급심 뒤집고 6대3 허용 판결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 연방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로스앤젤레스(LA)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특정 인종·언어·직업적 특징만으로 무작위 이민자 단속을 벌이는 것을 허용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이날 6대 3으로 ICE가 일명 ‘로빙(roving)’으로 불리는 이민자 불시 단속을 금지한 연방지방법원의 법원 명령을 해제했다.

6월8일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서 시위대가 “ICE는 LA에서 나가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AC 호텔 패서디나 앞을 행진하고 있다.(사진=AFP)
앞서 지방법원은 ICE 단속팀이 돌아다니면서 스페인어를 사용하거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에 있는 경우 등 광범위한 기준을 적용해, 이민 관련 심문을 벌이고 구금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런 단속 방식은 불법이민 정황이나 증거 없이 출신 국가·인종·언어 같은 배경만을 근거로 삼기 때문에 인종 차별 및 인권 침해 논란이 지적돼 왔다.

법무부는 하급심의 제한 조치의 효과를 즉시 정지시키기 위해 대법원에 긴급 중지 신청을 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지방법원의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 조치 해제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별도 의견에서 “노무직·건설직 종사 여부, 영어 능력 부족 등 상식적 기준을 복합적으로 충족하는 경우 잠시 신원 확인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스페인어를 쓰고 저임금 노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아무나 체포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며 “헌법상 자유를 지키기 위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민 단속에서 인종·언어만을 근거로 체포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여기에 특정 업종을 추가한다고 해서 합법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이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미국 내 히스패닉계 시민에게도 위협이 된다”고 덧붙였다.

로브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을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며, “대법원이 대학 입학에서 다양성 확보를 위한 인종 고려를 금지한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판결을 환영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을 “캘리포니아 주민 안전과 법치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불법체류자 체포와 추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