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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릴라이언스와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공동으로 부츠를 50억~60억파운드(7조9000억~9조5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바인딩 오퍼’(binding offer)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바인딩 오퍼는 거래 무산 시 인수를 시도했던 측이 매각 주체에 일정 규모의 위약금을 물어주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인수 제안이다.
부츠의 모회사 미국의 월그린스 부츠 얼라이언스(WBA)는 지난해 말 부츠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PEF 운용사 베인 캐피털, CVC 캐피털 파트너스 등이 부츠에 관심을 보이고, 영국의 유통기업 아스다도 TDR 캐피털과 함께 논-바인딩 오퍼를 냈지만, 모두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FT는 “올해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펴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해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수금융을 제공받기 어려워지면서 릴라이언스의 경쟁자가 사라졌다. 매각액도 처음엔 70억파운드(11조1000억원) 정도로 책정됐으나 낮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릴라이언스는 시총 기준 인도에서 가장 큰 기업이며, 인도보다도 신용등급이 더 좋다.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의 회장은 포브스 선정 세계 7대 부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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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이언스는 석유화학 사업으로 일어선 대기업이지만 최근 들어 에너지 사업 대신 유통, 통신 등으로 구심점을 옮기고 있다. 릴라이언스는 2019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영국의 유서 깊은 장난감백화점 햄리스를 인수해 정상화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영국 내 매장 수를 4배로 늘려 500곳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릴라이언스를 지난 2014~2019 회계연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유통기업 2위에 꼽은 바 있다. 1위는 쿠팡이 차지했다.
영국 노팅엄에 본사가 있는 부츠는 연간 매출 약 60억파운드를 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2000개 이상의 매장 중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유통업체 B&M와 홈바게인 등이 데오드란트, 면도 제품, 세면도구 등 생필품을 할인 판매하는 탓에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기도 하다.
릴라이언스는 부츠의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아시아 시장에도 약국 체인점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릴라이언스가 최근 인도의 두 번째로 큰 유통업체인 퓨쳐 리테일을 인수한 점을 언급하면서 부츠가 인도의 유명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