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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출신 다른 색채 부통령…美대선, 진보vs보수전됐다

정다슬 기자I 2024.08.07 16:25:32

흙수저 중서부 출신 백인 남성으로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
경합주 백인유권자 표심 공략 치열할 듯
"이상한 사람들"vs"급진 좌파" 공방전 치열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오른쪽)과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사진=게이티이미,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현지시간) 러닝메이트로 팀 월즈 주지사를 지명하면서 미국 대선 대진판이 완성됐다. 백인 남성 대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극과 극’ 대통령 후보와 미 중서부 흙수저 출신에 군 경력은 흡사하지만 이념 성향은 정반대인 부통령 후보가 맞붙는 셈이다. 이들은 등판 첫날부터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선거 유세에 나서며 치열한 장외 설전을 벌였다.

◇경합주 중산층 백인 유권자 표심 공략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 첫 동반유세에 나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나는 네브래스카에서 나고 자랐다”며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권유로 17살에 군에 들어가 24년간 자랑스럽게 복무하고 군의 지원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다”고 자신의 인생 여정을 소개했다.

월즈의 이 같은 행적은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상원의원과 겹쳐지는 점이 많다. ‘러스트벨트’ 오하이오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밴스 의원은 마약중독자인 엄마를 대신해 외할머니·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학비 마련을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 5년을 복무했다.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월즈 주지사는 육군 주방위대에 복무하면서 채드런주립대에서 교육학 학사를 취득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국가방위대는 주말과 특정기간에 훈련을 받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거나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 2006년 군을 퇴역한 후에는 미네소타 남부 제1선거구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 선거구는 농업에 의존하는 시골지역으로 공화당세가 강하지만 당시 월즈는 공화당 현역 의원을 물리쳐 2018년까지 6선을 지냈다. 2018년 미네소타 주지사로 선출됐으며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밴스 의원 역시 퇴역 후 오하이오주립대에 입학해 정치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2013년 최고 명문인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책 ‘타이거 마더’로 유명한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밴스 의원의 성장사를 듣고 회고록 집필을 권유해 ‘힐빌리의 노래’를 썼는데 이는 2016년 베스트셀러가 됐고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는 변호사가 된 후,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보수 진영 ‘큰손’인 피터 틸의 회사 ‘미스릴 캐피털’에 합류해 벤처 투자자로 변신했다. 이후 정치에 뛰어들어 2022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중서부 출신 흙수저 백인 남성’이라는 두 부통령의 공통점은 이번 대선의 키를 쥐고 있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중산층 백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이들 지역은 모두 백인 비율이 73%가 넘는다.

월즈 주지사가 있는 미네소타주는 위스콘신주와 붙어 있고 밴스 의원 지역구인 오하이오주는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를 좌우에 끼고 있다.

◇첫날부터 장외 설전…TV토론 예고도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렸지만, 이들이 가진 이념적 가치는 180도 다르다. 밴스 의원이 월즈 주지사와의 공통점이 뭐냐는 질문에 “아마 같은 중서부(midwest) 출신에 백인이라는 점 뿐일 것”이라고 답한 이유다.

월즈는 주지사로 일하면서 낙태권 강화, 유급휴가 보장, 학생들에 대한 보편적 무상급식, 총기 구입자에 대한 이력 심사, 마리화나 합법화 등 진보적 색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 때문에 미국 정계 진보의 상징인 버니 샌더슨 상원의원과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이 그를 지지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전통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 문제나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해서 동정적 입장을 표했다.

밴스 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또 다른 부통령 유력 후보였던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대신 월즈 주지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 “반유대적”이라며 “당내 급진좌파 세력에 무릎을 꿇었다”고 비판했다. 미네소타주가 최근 이민자를 비롯한 모든 거주자에게 운전면허증 취득을 허락한 것을 지적하며 월즈 주지사를 “미국 정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의 급진 좌파”라고 말하기도 했다.

월즈 주지사 역시 만만치 않았다. 월즈 주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며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트럼프는 결코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그는 마러라고(트럼프 별장) 클럽에서 어떻게 하면 그의 부자 친구들을 위해 감세를 할까 골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밴스 의원에 대해서는 “예일대에서 공부했고 실리콘 밸리 억만장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는 그들을 비난하는 책을 썼다”고 비난했다.

두 후보자의 설전은 TV 토론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밴스 의원은 이날 “월즈와 토론하고 싶다”고 말했고, 월즈 주지사는 “밴스와 토론하는 걸 기다리기 힘들다”고 맞받아쳤다. 서둘러 토론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다만 구체적인 토론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부통령 지명까지 마무리하며 민주당 해리스·월즈 대선캠프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날 미국 공영매체 NPR과 PBS가 여론조사 기관 마리스트에 의뢰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51%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에 오차범위(±3.7%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해리스·월즈 캠프는 월즈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고 몇 시간 만에 선거자금 2000만달러(약 275억원)를 모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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