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들 위해” 폭우에 맨홀 들어올린 30대 아빠

강소영 기자I 2025.08.20 09:49:46

13일 인천 폭우에 빌라 침수 직전까지 가자
자녀 3명, 아내 둔 30대 가장, 가족 위해 나섰다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지난 13일 인천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흙탕물이 된 도로로 뚜벅뚜벅 걸어가 맨홀을 들어올려 물난리를 막은 30대 가장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3일 인천 갈산역 앞에서 맨홀을 들어올리는 김동희 씨의 모습. (사진=뉴스1)
20일 뉴스1에 따르면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 거주하는 김동희(31)씨는 지난 13일 오후 12시 7분쯤 폭우로 인해 배수관이 역류하며 자택 빌라 내부까지 물이 차오르자 즉시 행동에 나섰다.

김 씨의 집에는 두 살배기 아이와 생후 100일이 갓 지난 두 아들, 아내가 있었고 침수 피해를 막기위해 무엇이든 해야했다.

당시 인천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신고가 밀려들면서 119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즉각적인 조치를 기다리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김 씨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편의점에서 분홍색 고무장갑을 사서 끼곤 집에 있던 빗자루를 챙겨 근처 갈산역 일대 도로로 나갔다.

김 씨는 빗자루와 손으로 도로 갓길 배수로에 쌓인 침전물을 제거했지만 이미 도로에 차오른 물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고무장갑을 낀 채 도로 중앙으로 들어가 맨홀을 직접 찾아 들어 올리는 대담한 행동을 보였다.

김 씨는 “지도 앱을 통해 맨홀의 위치를 확인한 뒤 총 4곳의 맨홀을 들어 올렸다”고 말했다. 김 씨의 이러한 판단 덕에 고였던 물은 약 30분 뒤 말끔히 빠져나갔다. 자칫 침수 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상황이 30대 가장의 빠른 판단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근 상인들은 “편도 4차로가 한때 마비됐지만 김 씨 덕분에 차량 통행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일부 상인은 김 씨가 인도 쪽으로 빼낸 이물질을 함께 치우며 현장 정리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김 씨의 행동은 온라인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집에 있는 두 아들과 아내를 생각하니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작은 행동으로 물난리가 더 커지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전했다.

집중 호우가 내린 지난 13일 고양시 덕양구 지하철 3호선 화정역 인근에서 침수된 도로로 손을 집어 넣어 쓰레기를 꺼내는 여성의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앞서 같은 날 경기 일산에서도 폭우로 피해가 컸던 가운데 지하철 3호선 화정역 인근에서 흙탕물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낙엽과 쓰레기 등을 빼낸 여성의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차량들은 큰 물 웅덩이를 헤치며 건너고 있었고, 멜빵 바지를 입은 여성이 나서 대로변에 쪼그리고 앉아 침수된 도로 속으로 손을 넣고 휘저어 배수로를 막은 쓰레기를 건져냈다.

한 시민이 여성의 행동을 촬영해 SNS상에 공개하자 이는 2만 건에 가까운 ‘좋아요’를 받았다.

이날 경기 김포에서도 한 남성 유튜버가 헬맷을 쓰고 침수된 도로로 나서 맨손으로 휘저었다. 낙엽과 쓰레기들이 집혀 나오자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던 물은 배수구로 급격히 빨려 들어갔고 이내 원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유튜버는 “차가 빠르게 달리다 물웅덩이를 밟으면 핸들이 돌아가면서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면서 “이 쉬운 걸 안 한다고? 낙엽 몇 번 이렇게 정리하면 되는데”라며 침수 피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용기 있게 나선 주변 시민들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30대 아빠는 가족을 위해 했지만 다른 가족도 구한 것”,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담배꽁초 배수구에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 잘 봐라”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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