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조천읍의 5550㎡ 면적 본인 소유 밭에서 화훼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해당 밭이 맹지(지적도상에서 도로와 조금이라도 접하지 않은 토지)인 이유로 그동안 B씨와 C씨가 각각 2분의 1씩 지분을 갖고 있는 접경 토지(임야 3702㎡ 및 밭 942㎡)를 통행로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B씨와 C씨는 임야 3702㎡(이하 1토지) 및 밭 942㎡(이하 2토지) 지상에 단독주택 6개동의 건축을 허가받자 외부인의 통행을 금지할 목적으로 통행 방해물을 설치했다.
이에 A씨는 B씨와 C씨를 상대로 통행 방해물 등을 철거해 ‘통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주지법은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A씨가 다른 장소로 통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통해, ‘주위토지통행권’ 즉 어느 토지와 공로(公路) 사이에 그 토지의 사용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 그 토지 소유자가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는 권리와 ‘주거의 자유’ 충돌 시 ‘주거의 자유’를 우위에 뒀다. ‘주거의 자유’는 대한민국 최상위 법인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어 민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주위토지통행권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다툼의 대상인 피고의 토지를) 통행하지 않으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다거나 과다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주위 토지 소유자들의 손해가 보다 적은 다른 장소로 옮겨 통행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되는 피고의 1~2토지를 통행하는 것은 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것이어서 피고의 토지 이용을 크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봤다. 원고가 통행을 위해 사용하는 면적이 353㎡에 이르고, 원고가 반드시 해당 토지를 지나지 않으면 공로로 통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김희진 판사는 “원고가 다툼 대상인 토지를 통행해 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기존 통행로에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변론 종결 당시의 현황을 토대로 주위토지통행권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들이 이 사건 1~2토지 지상에 단독주택 6개동의 건축을 허가받아 거주자가 아닌 제3자가 해당 토지를 통행하는 경우 ‘주거의 평온’을 해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원고가 이 사건 변론이 종결된 후인 지난 4월 말 준비서면을 제출해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피고들이 제안하는 방법, 즉 제주시 조천읍의 E 토지(피고 토지와 마찬가지로 원고의 인접 토지이나 단차 등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원고는 그간 피고 토지를 통행로로 사용) 쪽으로 3m 넓이로라도 통행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도 “E 토지는 제3자인 D 소유이므로 D를 피고로 하지 않는 이 사건에서 E 토지에 대한 통행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