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daily리포트)싸우지 않고 이겨라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조용만 기자I 2004.05.14 17:59:22
[edaily 조용만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에 남은 추세적 불명예 중 하나가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말로(末路)는 재판정 내지는 역사적 비판으로 귀결됐습니다. 참여정부 집권초반에 겪은 탄핵 시련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경제부 조용만 기자입니다. 불과 며칠전에도 우리는 불행한 추세의 단면을 서글프게 바라봐야 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남편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 "패물을 팔고 땅을 사서 불린 알토란 같은 돈" 130억원을 전씨가 못낸 추징금 명목으로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씨 부부의 차남은 징역 5년에 벌금 150억을 구형받았습니다.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2인자 소리를 듣던 박지원씨는 현대비자금 문제와 관련, "죄는 달게 받겠지만 하나 남은 내 눈만은 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직에 있으면서 국민의 대의기관으로부터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탄핵을 의결한 16대 국회의원과 야당 지도부들은 4.15 총선과정에서 된서리를 맞았지만 대통령도 탄핵심판 과정에서 직무를 중단한 채 63일간의 칩거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헌재의 심판 과정에서 대통령 최측근이자 동지로까지 불렸던 안희정, 최도술씨 등이 줄줄이 불려나왔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측근과 가신들이 퇴임후 법정에 섰던 것과 달리 그들은, 그들이 창출한 정권초기에 검찰과 헌재를 들락거리며 수모를 당했습니다. 전례없이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권창출의 1등 공신으로 불리던 정치인들도 초반부터 대거 감방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2개월간의 시련을 거치고 `노짱`은 돌아왔습니다. 재신임과 대선자금, 측근비리 등의 정치적 부담은 총선과 탄핵심판을 거치며 대통령의 어깨에서 어느 정도 벗겨져 나갔습니다. 대통령은 행정부와, 국회를 장악한 여당을 양 날개로 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국정운영에 나설 참입니다. 견제세력으로서의 야당이 존재하고 있지만 오늘부터 시작된 집권 2기 국정운영 여건은 과거 정부와 비교해서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집권 1기 야당과 보수세력의 잇따른 발목잡기에 대해 대통령은 `결기`로 맞섰습니다. "이쯤하면 막하자는 거지요?"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발언은 `맛 볼래 하며 조지는` 세력에 대한 나름의 자존심이었을 겁니다. 노 대통령은 이제 결기를 부리기 힘든 여건을 맞았습니다. 집권후 100번 넘게 탄핵을 외쳐댔다던 야당은 더 이상 없습니다. 노 대통령은 잘만하면 더 이상 발목잡히지 않고 날아다닐 수도 있게 됐습니다. 정치지형이 변하고 탄핵을 극복했지만 나머지 여건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총선을 거치며 나라는 인터넷을 쓸 줄 아는 세대와 못쓰는 세대로,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이들과 파병찬성 피켓을 드는 이들로, 노빠와 비노빠로, 경상도와 비 경상도로 갈갈이 찢겼습니다. 진보는 `더 진보`와 `덜 진보`로 갈리고 있고, 성장이냐 개혁이냐 논란도 한창입니다. 탄핵반대 촛불은 이라크 파병반대 촛불로 옮겨붙어 정부여당을 옥죄고 있습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당은 언론개혁의 포문을 열었고, 일전을 불사할 경우 지난 정부에 못잖은 상처와 흠집내기가 예상됩니다. 대통령은 한때 히딩크를 얘기했습니다. 처음에 욕들어도, 끝나고는 박수받겠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탄핵국면이 마무리되자 국민들은 대통령을 향해 싸우지 않는 정치를 주문하고, 승자의 포용을 당부합니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얻어지는 것이 있겠습니까. 가치있고 보람있는 것일수록 `쟁취에 대한 요구`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63일간의 칩거기간 대부분을 토론과 독서로 보냈다고 합니다. 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토론하며 과외도 받고, 충무공과 드골, 링컨을 탐독했다고 합니다. 로베스피에르, 나폴레옹 등을 언급하면서는 `승리자의 절제`를 강조하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히딩크의 `성공 모델`을 언급했던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겪으며 역사와 인물, 목표달성의 과정과 의미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진 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탄핵 기간은 노 대통령에게 역사를 성찰하고, 자아를 재충전하며, 국정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학습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불과 2개월이지만 세월과 함께 환경이 변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움도 많습니다. 더 이상의 결기는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는 시점입니다. 싸우지 않고 귀한 것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백번을 싸워 이겨도 얻는 것이 없으면 하책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상책을 학습했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