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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글로벌 이민 컨설턴트를 인용해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후 상당수 중국 부유층이 이민 계획을 확정하거나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이민 로펌인 소비로브스의 페루자 자말로바 수석변호사는 “지난 6개월간 중국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의 상담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 부유층들이 가능한 한 빨리 이민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이민 컨설팅 회사인 헨리앤파트너스 측은 “지난해에 이미 약 1만800명의 중국 부유층이 이민을 했는데, 이는 러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규모”라면서 “중국이 리오프닝에 나선 이후 며칠 만에 중국인들의 이민 문의가 전주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국 부유층들이 이민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3연임을 공식화한 시 주석이 공동부유 정책을 가속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분배 중심의 공동부유가 부자를 죽이는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부자들과 대기업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민간기업의 국유화와 국유기업의 대형화는 속도를 내는 등 자본주의 시스템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지분 1%와 이사 자리를 베이징시 국유기업에 내놨고, 알리바바 계열 금융회사 앤트그룹은 결제, 소비자정보, 소액대출 등 각 사업부를 쪼갠 후 국유기업 투자를 받으면서 사실상 국유화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부자에 대거 세금을 물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자들이 제로 코로나 규제 장애물이 사라지자 ‘탈중국’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부동산 매물을 찾는 문의도 급증했다. 아시아 고객의 해외 부동산 매입을 중개하는 부동산 업체 WN주와이 이치(Juwai IQI)는 중국 본토 바이어의 해외 부동산 관련 문의가 2021년 26%, 2022년 11%로 감소하다 올해 현재까지 55% 증가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중국 부유층의 해외 부동산 매입 수요에 대응한 전략을 짜고 있다. JP모건체이스와 줄리어스 베어그룹은 각각 샌프란시스코와 취리히 지점에 중국어를 쓸 수 있는 직원을 늘리는 등 중국 부유층을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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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과 이민에 따른 대규모 자본 유출로 위안화 가치 및 경상수지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매년 5만달러 상당의 위안화만 외화를 바꿀 수 있는 규제가 있지만 여행 재개만으로도 자본 유출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사태 전 중국 부유층의 해외 진출로 연간 약 1500억달러(약 185조원)의 자본 유출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해외 이민 수요 등으로 이 금액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즈우 홍콩대 금융학과 교수도 “올해 수백만 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한다면 중국이 보유한 외화보유액이 수천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면서 “코로나 규제로 지난 3년간 발생하지 않았던 관광 유출액이 올해 1000억~2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본 유출로 위안화 가치가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