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의 유아이에너지, 자본잠식 아니었다"

김도년 기자I 2015.07.21 14:35:21

교수 3인 "도훅병원 손실, 2011 회계연도부터 사라져…''보고기간후사건'' 적용"
유아이에너지 "삼일회계법인, 회계감사 잘못했다…소송 제기할 것"
삼일회계법인 "감사 절차 대로 수행…반박할 근거 충분하다"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회계학계 교수 3명이 지난 2012년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된 유아이에너지가 실제로는 자본잠식이 아니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한국거래소는 잘못된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꼴이 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유아이에너지의 상장폐지 결정 무효 확인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일 코스닥업계에 따르면 송인만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前 한국회계학회 회장)와 이창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前 한국회계학회 회장), 정도진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前 금융위원회 회계제도심의위원) 3명은 유아이에너지의 제25기(2011년 1월1일~2011년 12월31일) 재무제표와 회계법인과의 재감사 기간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유아이에너지가 상장폐지된 이유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맺은 도훅병원 건설 계약으로 유아이에너지 측으로 들어와야 할 선수금 1958만 달러(우리돈 약 270억원)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르드 정부는 이 선수금을 당초 공사 계약을 체결한 유아이에너지의 모회사 유아이이엔씨에 송금했다.

유아이이엔씨는 공사 과정에서 계약자를 유아이에너지로 변경하는데, 계약자만 바꿨을 뿐 선수금까지 송금하지 않았다. 유아이에너지가 공사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어 공사가 계획대로 진척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선수금을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공사계약자인 유아이에너지 입장에선 마땅히 들어와야 할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았으니 이를 손실로 처리했고, 이 때문에 자본잠식 상태가 돼 2012년 5월말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해야 하는 개선 기간을 통보받게 된다. 2012년 8월14일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은 그 이후부터다. 도훅병원 공사 계약은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2012년 8월6일 해지된다. 쿠르드 정부와 맺은 계약이 무효가 된 것이다. 유아이에너지가 받지 못한 선수금은 또 다른 공사 계약 술래마니아 병원 건설 계약의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합의했다. 그동안 손실로 처리해 온 ‘도훅병원 선수금’이 회계장부에서 사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손실이 사라진 사실을 언제부터 재무제표에 반영하느냐다. 삼일회계법인은 2012년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관련 금액을 ‘채무면제이익’으로 2012 회계연도에 반영했다. 이렇게 되면 2011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근거로 한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정당하다.

그러나 회계학계 교수 3인은 관련 손실은 2011 회계연도부터 사라지게끔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업회계기준상 결산일과 재무제표가 이사회로부터 승인받는 날 사이에 일어난 사건 중 손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보고기간 후 사건’으로 이전 재무제표에 반영하게 돼 있다는 논리다.

도훅병원 공사가 2012년 8월6일에 해지됐지만, 재감사보고서는 그해 9월12일에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보고기간 후 사건’에 해당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유아이에너지는 2011 회계연도부터 관련 손실이 사라지면서 상장폐지 사유인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게 된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르면 ‘보고기간 후 사건’이 반드시 해당 회계연도 말부터 첫 번째 재무제표가 이사회로부터 승인받는 기간에만 일어나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유아이에너지는 상장폐지 절차로 재감사를 받는 특수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재무제표 승인 이전에 일어난 도훅병원 공사 해지 계약은 2011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회계학 교수들의 의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거래소와 유아이에너지 간 상장폐지 결정 무효 확인 항소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은 지난 5월부터 열린 상태다. 유아이에너지는 또 교수진 의견을 근거로 삼일회계법인에 대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보고기간 후 사건’에 대한 회계학 교수들의 의견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우리는 유아이에너지에 대한 회계감사를 절차대로 수행했고 그들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는 충분히 있다”고 자신했다.

△용어설명

보고기간 후 사건=보고기간말(결산일)과 재무제표 발행승인일(이사회가 재무제표를 검토하고 발행하도록 승인한 날) 사이에 발생한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건.

△자료=송인만, 이창우, 정도진 교수 작성, ‘보고기간후사건에 관한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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