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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야산서 여고생 집단 성폭행”…5·18 계엄군 범행 공식화, 결과는

강소영 기자I 2023.05.08 14:45:45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 광주에서 계엄군이 여고생과 여대생을 상대로 성폭행을 가한 범행사실이 정부 조사 결과 공식화됐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가 공개한 5·18민주화운동 당시 미공개 사진. 5·18 당시 광주 동구 금남로 한 골목에 계엄군의 탱크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8일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원회는 “계엄군 성폭력 사건 총 51건(직권 조사 43건, 신청사건 8건) 중 2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27건은 피해 당사자가 조사를 거부하거나 당사자나 가족이 사망한 경우 등이다.

조사위에 따르면 집단 성폭행은 최소 2건 이상이었으며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여고생이었다.

여고생 A씨의 진술에 따르면, 1980년 5월 19일 오후 2시쯤 학교에서 하교해 집으로 가던 중 군인 3명에 의해 군용차에 태워졌다. 당시 30대 초중반 여성 2명과 함께였다. 1시간 가량을 이동한 뒤 계엄군 3명은 광주 남구 백운동 인근 야산에서 A씨를 집단 성폭행했다.

또 다른 여고생 B씨도 같은 날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 부근에서 친척을 찾으러 나섰다가 계엄군에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B씨는 정신분열증세를 보였고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1985년 전남의 모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이듬해 퇴원했으나 분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여고생 C씨도 같은 해 5월 20일 이른 오전 시간에 언니의 집에서 돌아오던 중 계엄군에 성폭행을 당해 트라우마를 호소하다 1988년부터는 나주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사위는 가해 부대를 특정하고 집단 성폭행 2건의 가해자 신원을 확인하는 등 조사를 벌였으나 이들은 모두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나머지 사건의 경우에는 오랜 시간이 흘렀고, 범행이 은밀히 이뤄진 탓에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조사위는 피해자들의 진술 및 부대 이동 경로, 개인별 근무지 배치, 내부 고발 등을 단서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위 관계자는 “5·18 조사위가 수사를 할 수 있는 강제성이 없어 가해자에 대한 소환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5·18 당시 벌어진 성폭행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 처벌 문제는 공소시효가 끝났더라도 엄히 다스릴 필요가 있어 대정부 권고안에 담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8년 10월에도 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에 의해 계엄군에 의한 성폭행 17건이 처음으로 밝혀진 바 있다. 피해자들은 주부나 학생, 직장인 등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여성들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계엄군 지휘부의 무자비한 진압작전으로 무고한 여성시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힌 것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가해자 또는 소속부대를 조사하고 5·18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상 진상규명의 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할 것을 제언한 진상조사단의 권고를 엄중히 받아들여 군에 의한 성폭력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조사위의 발표에는 공동조사단이 2018년 조사한 17건도 포함돼 있다.

약 5년 만에 계엄군 성폭행 사건이 다시 수면 위에 오르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와 보상이 뒤따를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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