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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적' 푸틴 옹호한 트럼프…美 대선 어쩌나

김정남 기자I 2023.09.14 15:08:14

"정치적 기소" 푸틴 언급에 트럼프 호응
'트럼프-푸틴-김정은' 삼각편대 현실로?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제사회가 북러 정상회담을 두고 ‘위험한 거래’라고 맹비난하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서 주목 받고 있다. 자신의 기소가 ‘정치적’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언급에 동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이길 경우 국제질서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러시아, 북한과 비교적 가깝게 지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당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바이든 비난·푸틴 옹호한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비난하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인 적수(트럼프 전 대통령)를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처럼 불법적으로 다룬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썼다. 바나나 공화국은 통상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를 칭하는 말인데, 바나나를 유일한 수출 상품으로 하는 중앙아메리카를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마치 제3세계 개발도상국으로 추락시켜 해외로부터 조롱 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돌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그가 전·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 기소된 것은) 정치적인 기소”라면서 “미국 정치가 썩었음을(rotten)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회 난입 사태 선동, 백악관 기밀 문서 유출, 성인물 배우 입막음, 조지아주 선거 결과 번복 시도 등 4건에 대해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직후 사실상 그에게 호응하며 글을 쓴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개입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꿈 때문에 미국이 분열되는 것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그 어떤 사람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소환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급이 주목받는 것은 그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리턴 매치’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출처=트루스소셜)


◇‘트럼프 2기’ 현실화땐 국제질서 요동칠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 등으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컸음에도 그와 가깝게 지냈다. 퇴임 이후에도 그와 우호적인 관계라고 말해 왔다. 둘은 당시 특유의 거친 언사 탓에 ‘스트롱맨’으로 불렸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척점에 있다는 공통점을 고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다시 엮이는 상황은 의미심장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지어 김 위원장과도 가깝게 지냈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을 했고, 2019년 6월에는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당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잠시 밟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똑똑하고 뛰어난 협상가”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트럼프 2기’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주목도는 더 커지게 됐다. 서방 진영이 ‘깡패’ ‘왕따’로 여기고 있는 북한, 러시아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손 잡는다면 국제질서의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다룰지부터 불확실하다.

미국 내에서는 재선을 위해 푸틴 대통령까지 끌어들인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기류다. 공화당 대권 주자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성명에서 “푸틴의 의견은 미국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만약 당신이 푸틴과 같은 편이라면 자기 위치를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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