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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미 국경순찰대(USBP)가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들어 캐나다 국경에서 단속한 불법 이민 시도는 총 1만 95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00만건을 훌쩍 웃도는 남부 국경의 체포 건수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2021년 900건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미 정부가 남부 멕시코 국경에서 단속을 강화하자 이를 피해 북부 캐나다 국경을 통해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캐나다 국경 인근 미 뉴욕주 챔플레인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대니얼 라비지는 “예전엔 이따금 미국에서 캐나다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이 있었지만, 최근엔 반대로 건너오는 이민자들로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입국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역은 미국 동부 버몬트·뉴욕·뉴햄프셔주와 맞닿은 295마일(약 458㎞)의 국경, 이른바 ‘스완튼 섹터’다. 이들 지역에 몰리는 이유는 국경을 끼고 옥수수나 밀을 재배하는 농장이 많은 데다, 캐나다 몬트리올과 가깝기 때문이다.
스완튼 섹터를 담당하는 USBP 요원 로버트 가르시아는 지난달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최근 10개월 동안 체포된 이민자가 지난 13년을 합친 것보다 많다”며 “대부분이 멕시코와 인도 출신”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국경만 넘으면 뉴욕시로 가는 버스를 탑승할 수 있다”며 “겨울엔 미국과 캐나다 양쪽 국경 지역에서 (도보로 국경을 넘다가) 동사한 시체가 다수 발견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미 정부는 북부 국경에 대한 단속 인력을 2200명으로 늘려 대응에 나섰다. 2001년 이래 6배 급증한 규모다. 아울러 밀입국자들은 주로 차량을 타고 농장을 가로질러 국경을 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농장 울타리 대신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고 있다.
공식 출입국 사무소를 통하는 경우에도 미국과 캐나다는 2002년 합의한 이민자 추방 규정을 전체 국경으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캐나다로 넘어온 뒤에 망명을 신청하는 경우엔 추방 조치가 이뤄진다.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망명 신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도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가 재입국할 때엔 의무적으로 여권을 제출해야 한다. 이외에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6월 승인한 남부 국경에서 망명 신청 자격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 일부를 북부 국경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캐나다 역시 올해 2월 멕시코 국민을 대상으로 2016년부터 실시해 온 무비자 정책을 중단하고,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문제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의 노력에도 순찰 지역이 너무 광범위해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단속은 농장주 등 현지 주민 신고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밀입국자들은 자주 이용하는 통로를 막아도 다른 통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가 새로운 단속 규정을 내놓으면 이를 피하기 위한 새로운 노선을 개설할 것”이라며 앞으로 북부 국경을 통한 불법 입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