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러리 한, 입국과 동시에 서울시향 협연 결정
|
힐러리 한과 서울시향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사했습니다.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힐러리 한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선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첫 연주부터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음색이 귓가를 사로잡았습니다.
힐러리 한은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한다고 해서 ‘얼음 공주’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그 말처럼 연주는 완벽했지만, 음악은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따뜻했습니다. 브람스 특유의 집시풍 음악으로 꾸며진 3악장에서는 음악과 혼연일체가 된 듯 연주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앙코르는 바흐의 사라방드였습니다. 공연이 아예 취소될까 노심초사했던 관객에겐 큰 선물 같은 무대였습니다.
서울시향에 따르면 힐러리 한의 출연은 서울시향과 한국 공연기획사, 해외 에이전시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은 결과로 성사됐다고 합니다. 힐러리 한은 공연 하루 전인 8일 저녁 한국에 입국해 이같은 소식을 들었다고 하네요. 츠베덴 감독이 직접 힐러리 한의 출연을 타진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힐러리 한이 츠베덴 감독과 함께 공연한 경험이 있기에 출연을 결정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츠베덴 감독은 그 존재만으로도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시향과 힐러리 한의 공연은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한 차례 더 열립니다.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에게 빠질 수 없는 ‘대타’ 출연
|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대타’로 주목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2017년 10월 손 부상으로 연주회를 취소한 피아니스트 랑랑을 대신해 베를린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춘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이후 조성진은 베를린 필과 여러 차례 합을 맞췄고, 다가오는 2024~2025시즌에는 베를린 필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합니다.
2022년에는 빈 필하모닉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 ‘대타’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빈 필은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와 공연할 예정이었는데요. 공연을 앞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휘자와 협연자를 교체한 것이죠. 당시 지휘는 오는 6월 첫 내한하는 뉴욕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야닉 네제 세갱이 맡았습니다.
이밖에도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연주자, 지휘자들에게는 ‘대타’로 공연에 출연한 하나씩은 꼭 있습니다. 클래식 공연도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언제든 출연자가 바뀌는 일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클래식은 공연을 긴박하게 남겨둔 상황에서 출연자가 교체되는 경우가 많고, 단 하루 공연하기 때문에 ‘대타’로 무대에 오르는 일을 더 주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