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관광객 줄어들라” 축제 바가지요금에 팔 걷은 지자체들

정재훈 기자I 2023.06.12 15:48:31

'과자 한봉지 7만원' 논란 이후 자정 노력
거리두기해제·경기침체, 바가지요금 이유
속초 '실향민축제' 메뉴·단가까지 협의 결정
무주·강릉 등 '바가지요금' 근절 위해 총력
전문가 '민·관 협력거버넌스 구축이 해결책"

[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과자 한봉지 7만 원’이 촉발한 지역 축제 바가지 요금 논란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자 관광객 감소를 우려한 지자체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이 축제의 즐거운 기분을 망치는 것도 있지만 정작 지자체들은 이런 일로 해당 도시 자체에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유독 올해부터 많아진 지역축제 ‘바가지요금’ 논란…거리두기 해제와 글로벌 경지침체 맞물린 결과

옛날과자 1.5㎏에 7만 원을 달라고 한 ‘바가지 요금’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는데 유독 올해 들어 이런 일이 자주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와 남원 춘향제, 진해 군항제 등 축제에서 고기 십여점 올라간 돼지수육 한 접시에 4만 원, 유치원생 손바닥 만한 파전 두장에 2만 원, 어묵꼬치 하나에 3000원을 받는 일 까지.

지난 8일부터 사흘 간 열린 강원 ‘양양문화제’에 차려진 먹거리부스가 텅 비어 있다.(사진=정재훈기자)
유독 올해 이런 논란이 많은 것이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것과 최근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침체가 맞물린 탓으로 분석했다.

권혁성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수년 간에 걸친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여파로 모든 국민들이 운신의 폭을 좁히는 불편을 감수했던 만큼 인파를 통해 생계를 유지했던 상인들 또한 여러 측면의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지만 불행히도 방문객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진 탓에 올해 이런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먹거리…지자체, 관리·감독 강화해 가격 조정

지난 9일부터 사흘 간 강원도 속초시 엑스포잔디광장에서 열린 ‘실향민 문화축제’를 주관한 속초문화관광재단은 현장에서 판매하는 음식류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준비 단계부터 현장에서 판매할 먹거리 종류를 축제 주제에 맞게 구체화 했고 입점 업체 역시 지역 내에서 영업을 하던 상인들로 한정했다.

특히 판매할 음식의 종류와 가격은 물론 메뉴 하나 당 중량까지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 이 결과 이곳에서는 1만 원을 넘는 음식을 보기 어려웠고 커피와 식혜 등 마실것들도 5000원을 밑돌았다.

축제 현장에서 만난 김민혁 재단 문화사업팀장은 “아무래도 요즘 ‘바가지 요금’ 논란이 있어 각별히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며 “축제를 찾는 방문객들 모두가 바가지 요금에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관리에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속초엑스포광장에서 열린 ‘실향민 문화축제’의 먹거리부스에서 방문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은 일반 영업장의 단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사진=정재훈기자)
뿐만 아니라 ‘바가지 요금’ 논란 이후 행사를 연 지자체들의 자정 노력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북 무주에서 열린 ‘무주 산골 영화제’ 주최측은 먹거리 부스 운영권을 공모를 통해 선정, 음식 단가를 1만 원 이하로 책정하도록 하는 조건을 걸었고 오는 18일부터 강원 강릉시가 개최하는 ‘강릉 단오제’도 감자전 2장에 1만2000원, 막걸리인 단오주는 6000원을 받도록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축제 준비 단계부터 민·관 협력 방안 논의 필요

경기도 대표 축제 중 하나인 ‘파주개성인삼축제’와 ‘장단콩축제’ 등을 운영하는 파주시는 진작부터 지역 내 상인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하면서 ‘바가지 요금’에 대비하고 있다.

축제장 내 먹거리 장터는 새마을회 등 지역사회 봉사단체들이 전담하도록 해 ‘바가지 요금’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메뉴 구성 단계부터 지역 봉사단체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수익금은 지역 봉사단체가 관리하는 만큼 다시 사회에 환원되는 선순환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지자체를 대표하는 대규모 축제가 그 지역을 알리는 얼굴로써 역할을 하는 만큼 방문객들의 만족을 위해 예방적 차원의 노력만이 ‘바가지 요금’을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이 되는 셈이다.

권혁성 교수는 “‘바가지 요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지도·점검에만 나선다면 그 만큼 축제 분위기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지역 주민과 상인은 물론 방문객까지 모두 만족할 만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민·관 협력거버넌스를 구축해 축제 성공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