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위원장 “가계부 추궁하면 대화 어려워…정부 들러리 안 서”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남편이 아내에게 ‘가계부 가져와봐라. 가계 운영 불투명하게 한다더라’고 하면 대화가 잘 되겠느냐”며 “사회적 대화의 지속은 정부와 경사노위 태도에 달렸다”고 전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방문해 김문수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문수 위원장과 김동명 위원장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경사노위 위원장실에서 한국노총 제28대 신임 집행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상견례 겸 간담회를 갖고 노동현안 및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연임에 성공한 김동명 위원장의 경사노위 방문은 지난 2021년 6월 경사노위 본회의 개최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만큼 멀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지나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다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지금은 건널 수 없는 강의 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그는 “신뢰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것인지는 정부와 경사노위 태도에 달려있다”며 “노동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현재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노사정 관계에 변화의 단초는 찾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경사노위가 자문단 같은 우회적 논의 틀로 정부 정책의 용역 업체를 자임하는 한 그 결과는 명확할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대화의 문을 먼저 닫지는 않겠지만, 정부 정책에 일방적 들러리를 서는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김동명 위원장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어떻게 하면 대화를 통해 더 가까워지고, 국민들의 인식도 좋아질 수 있을지 항상 일조하려 한다. 그래서 같이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그러나 최근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억ㅆ다. 그는 “부부 간에도 서로 관계가 소원해져서 대화를 통해 복원하고 싶은데. 남편이 아내에게 ‘가계부 가져와봐라. 가계 운영 불투명하게 한다더라’고 하면 대화가 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추궁이 아니라 존중”이라며 “사회적 대화나 의제는 2차적인 문제이고, 1차적으로는 사회적 대화 상대에 대한 인정을 보여주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문수 위원장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경사노위 주체는 한국노총이고, 경사노위는 한국노총에 마이너스되는 일을 한 적이 없다“며 ”경사노위를 한국노총의 안방, 운동장으로 생각해 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