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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쿨섹좌' 고이즈미, 총재선거 탈락…'부부별성' 찬성 역풍

양지윤 기자I 2024.09.27 14:35:13

1차 투표서 3위로 밀려
당우표, 2위였으나 당원표 부진
보수표, 다카이치로 향한 듯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초반 돌풍의 주인공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1차 투표에서 미끄러졌다. 다카이치 사나에와 이시바 시게루가 각각 1·2위를 차지해 결선 투표로 진출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전 환경상(사진=AFP)
자민당은 27일 오후 1시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28대 신임 총재를 뽑는 선거를 시작했다.

총재선 1차 투표는 지난 26일까지 우편 등으로 접수된 당원·당우(당을 후원하는 정치단체 회원) 표와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당 소속 의원 368명의 표를 절반씩 반영해 결과를 냈다.

이날 오후 2시 발표된 1차 투표 결과에서 다카이치는 181표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당원·당우들에게서 109표를 받았고, 의원 72명이 그에게 투표했다. 당원·당우와 의원들에게 각각 108표·46표를 얻은 이시바 시게루가 2위였다.

이어서 3위는 고이즈미로, 각각 61표·75표를 득표했다. 자민당 총재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만 놓고 결선 투표를 치른다.

선거 초반 이시바 전 간사장과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선택적 부부별성(夫婦別姓)’을 찬성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선택적 부부별성은 결혼할 때 아내나 남편이 상대방 성(姓)을 따를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일본은 법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성을 하나로 통일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본인들이 원하지 않을 경우 혼인 전 성씨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보수 색채가 짙은 당 내에서 일부 의원과 당원을 중심으로 반발을 사면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탔다. 반면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도입을 반대한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보수층의 지지를 흡수해 막판 역전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981년생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다. 이번이 첫 총재 선거 도전이다.

일찌감치 미래 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지목되면서 당 총재 선거에서는 항상 주목을 받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의 싱크 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연구원을 거쳐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비서를 맡았다.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선거구(가나가와현 제11구)에 입후보해 28세의 젊은 나이에 첫 당선됐다. 2019년에 아베 내각에서 환경대신(장관)으로 발탁돼 전후 세 번째로 젊은 38세에 각료로서 첫 입각했다.

무파벌로 활동을 계속하면서 자민당 파벌의 정치자금 파티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인사와 돈이 따라다니는 것이 파벌이라면 파벌을 없앤다는 결론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4년 전 총재 선거에서는 스가 요시히데를 지지했고, 3년 전 총재 선거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함께 고노 다로 디지털상을 지원해 ‘고이시카와 연합’이라고 불렸다.

한국에선 이른바 ‘펀쿨섹좌’로 유명하다. 그는 2019년 9월 환경상 취임 직후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이 발언은 한국에서 인터넷 ‘밈’이 되면서 ‘펀쿨섹좌’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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