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그도 번듯한 아파트에 살았지만 은퇴 후 소득이 없어지자 월세보단 빌라가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선 2억원 짜리 빌라 대출을 해주지 않아 제2금융권인 새마을금고에서 1억 5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원하는 만큼 대출은 받을 수 있었지만 금리가 연 5.3%로 높았다. 정씨 부부는 매달 이자만 66만 2500원을 내고 있다. 만약 정씨 부부가 이번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였다면 매달 내는 이자를 32만 5000원으로 줄일 수 있다. 매달 30만원 이상 대출 이자가 줄어드는 셈이다. 그는 “정부가 우리 같은 진짜 서민들을 보듬어줘야 하지 않냐”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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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시 복지재단 금융복지상담센터에는 전날에 이어 안심전환대출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대부분 시중은행이 아닌 새마을금고, 지역 농수협, 신협,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다.
김기성 서울시 복지재단 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사는 “20여 통 이상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대부분 이번 안심전환대출 대상자가 아닌 제2금융권 대출자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뻔히 알면서도 하소연하는 이유는 분통이 터져서다. 남편 외벌이로 생활을 하는 주부 김모씨는 “3000만원으로 1억 5000만원짜리 빌라를 샀다”며 “신용등급도 나쁘고 시중은행에선 도저히 대출이 나오지 않아 저축은행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5.5%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매달 이자만 55만원을 내고 있다. 원금까지 포함해 87만원을 갚고 있다. 김씨는 “남편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주택 비용을 내고 있다”며 “정부가 우리 같은 서민들을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울화통을 터트렸다.
◇제2금융권 적용 걸림돌, LTV 적용 확대 힘들 것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까지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를 확대할 경우 걸림돌이 많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문제다. 서민층들이 제2금융권을 찾는 이유는 LTV가 낮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2억원 짜리를 빌라 대출을 시중은행에서 받게 되면 최대 1억원 밖에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과거 제2금융권에선 최대 1억 8000만원까지도 대출을 해줬다.
지난해 정부가 이 같은 LTV 규제를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에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오히려 제2금융권은 대출금액이 축소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제2금융권까지 안심전환대출을 확대하려면 LTV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정부로선 쉽지 않은 결정인 셈이다. 서민층에겐 LTV가 확대되지 않는 이상 일정 금액을 상환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안심전환대출은 그림에 떡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제2금융권 고객들의 신용등급, 전산 시스템 미비 등도 제2금융권 확대시행의 장애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