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다단계 사건이나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사기 사건의 경우, 그 피해구제 방안에 관한 법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다수 피해자 사기사건의 발생 원인과 현황, 피해회복을 위한 범죄피해재산 보전 방안, 실질적 피해회복을 위한 도산절차 방안 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모성준 대전고등법원 판사는 “최근 3년간 사기범죄 피해규모가 100만건 이상, 100조원 이상에 달한다”며 “특히 조직적 사기범죄의 피해규모는 매년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직적 사기범죄의 실태와 원인을 다룬 책 ‘빨대사회’(사기범죄 천국의 도래)의 저자이기도 한 모 판사는 “사기범죄조직은 실행행위의 전 과정을 세분화한 후 국제적 점조직 형태로 철저히 분담하고 있다”며 “매우 낮은 위험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조직적 사기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현행 형사사법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효과적인 피해회복 방안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모 판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사례를 언급하며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SEC는 테라폼랩스 사건에서 민사벌금 형식으로 44억7000만달러(약 6조1400억원) 규모의 범죄수익을 신속하게 확보했다”며 “이를 파산절차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모 판사는 △유죄협상(플리바겐) 제도 △민사벌금 제도 △법인의 형사책임 도입 등을 통해 범죄수익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파산관재인을 통해 공정하게 피해액을 확정하고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출범한 다단계 피해구제 연구학회는 김대현 서울고등법원 판사, 모성준 대전고등법원 판사, 정기종 수원지방법원 판사, 김성인 창원지방법원 판사, 임창기 변호사(서울회생법원 파산관재인), 이정엽 변호사(법무법인 로집사 대표) 등 19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회는 “향후 관련 연구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조직적 사기 피해의 고리를 막고, 다수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돕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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