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환승)는 6일 오전 특수공무집행방해·국회법 위반·국회회의장 소동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등 당시 국회의원 23명, 보좌진 3명 등 총 27명에 대한 네 번째 공판준비기일 절차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재판부는 “이대로 두면 진행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오는 8월 31일 첫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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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첫 공판 기일을 확정한 건 정식 공판을 언제까지 미뤄둘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도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국회 내 폐쇄회로(CC)TV를 두고 한국당 측 변호인단과 검찰이 맞섰다.
한국당 측은 압수수색 당시 피고인들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증거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을 이어나갔다. 한국당 측 변호인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전자 정보를 압수수색해 증거로 제출할 때엔 (압수수색 당시) 피고인이나 변호인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검찰은 국회 사무처 직원 한 명을 통해 국회 영상 자료를 모두 가져가면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는데, 이는 압수수색 당시 피고인들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 시 참여권 보장 대상은 피압수자이고, 이처럼 제3자 압수수색을 할 때엔 피압수자나 피해자에 대한 참여권을 보장한다”며 “검찰은 당시 피압수자인 국회 사무처에 참여권을 보장했다”고 반박했다.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변호인 주장엔 근거가 없고, CCTV 영상의 증거 능력에도 문제가 없는 뜻이다.
한국당 측에선 “공소장에 적힌 각 피고인의 공소 사실이 애매한데, 검찰 측이 각 피고인의 구체적 행위와 그 행위를 실행한 시간과 장소를 특정해 공소 사실을 밝혀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누가 어떤 혐의로 기소됐는지 정리해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 “이후엔 행위에 따라 사실 관계를 입증한 뒤 재판부가 판단할 일인데, 변호인 측이 (검찰에게) 무엇을 입증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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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쟁이 잇따르자 결국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준비기일을 더 진행할 시간이 없어 보이고, 복잡해지기만 할 뿐 정리가 더 안 되는 것 같다”며 “첫 공판기일을 잡고 공판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정한 첫 공판기일은 오는 8월 31일이다.
첫 공판기일엔 실질적인 심리에 들어가기 전 재판장이 피고인의 성명, 생년월일, 직업, 등록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하기 때문에 황 전 대표와 나 전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 23명, 당시 보좌진 3명 등 총 27명이 모두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준비기일엔 피고인이 직접 재판에 출석할 의무는 없어 피고인들은 그동안 네 차례 준비기일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1차 공판기일에 모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인부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후 2차 공판기일부턴 ‘채 전 의원 감금 사건’과 관련된 피고인 8명에 대한 공판을 분리해 우선 진행한다. 검찰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쟁점 사항을 프레젠테이션(PPT)을 이용해 설명할 방침이다.
한편 황 전 대표 등은 지난해 4월 25~26일 의안과 사무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스크럼을 짜서 막아서는 방법으로 민주당 의원·의안과 직원의 법안 접수 업무와 국회 경위의 질서유지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지난 1월 기소됐다. 이들은 또 민주당 의원의 회의 개최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법상 국회 회의 방해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5년 이상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들 중 제21대 국회의원은 곽상도·김정재·김태흠·박성중·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철규·장제원 의원 등 총 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