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일을 하는 B씨는 업무와는 관계 없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 다쳤다. 그런데 배달 중 사고가 난 것처럼 요양을 신청해 1000만을 수령했다.
일하다 다치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산재보상금에 대한 부정수급 사례 수백 건이 적발됐다. 액수로는 6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부정수급 뒤에 조직적 카르텔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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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결과 부정수급 사례와 관련해 접수되거나 자체 인지한 사례가 320건에 달했다. 이 중 현재까지 조사가 완료된 176건(55.6%) 중에서는 117건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적발액은 약 60억3100만원이다.
이번 조사에선 이른바 ‘나이롱 환자’의 적발도 눈에 띄었다. C씨는 추락에 의한 골절 등의 상병을 진단받고 척수손상으로 인한 양하지 완전마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평소 혼자 걷는 것을 수차례 목격했다는 제보를 통해 전동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는 부정수급 적발금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장기요양환자들이 집중 점검 대상이 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개월 이상 요양환자가 전체의 47.6%, 1년 이상 환자가 29.5%에 달했다. 이에 공단에 장기요양 환자 진료계획서를 재심사하도록 했고, 그 결과 1539명 중 419명에 대해 요양 연장을 하지 않고 치료종결 결정을 했다.
고용부는 병원에서 합리적 기준 없이 진료 기간을 장기로 설정하고, 공단이 관리를 느슨하게 한 것이 불필요한 장기요양환자를 만들어 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공단의 진료계획서 연장 승인율은 99%에 달한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입증 책임을 완화해 인정 범위도 대폭 넓혔다”며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간 업무상 ‘사고’에 따른 산재 승인 신청 건은 41% 증가한 데 비해, 업무상 ‘질병’ 산재 승인 신청 건은 147%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질병은 산재로 승인받기 어렵지만, 승인을 받으면 경제적 보상이 상당해 부정수급 유발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산재보상금 부정수급 뒤에는 공단을 포함한 조직적인 카르텔 세력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번 중간결과에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하진 않았다. 이 장관은 “산재 카르텔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며 “아직 감사 중이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워낙 커서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고 그것(산재 카르텔)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또 고용부는 근골격계 등 일부 질병에 대해 현장조사를 생략하는 ‘추정의 원칙’ 적용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근로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처리 기간을 단축한다는 취지지만, 무분별한 산재 승인을 유발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아울러 공단에 대한 특정감사 기간도 한 달 연장해 이달 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이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장관은 “중간결과에서 확인된 각종 부정수급 사례, 제도상 미비점은 산재기금의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해 기금의 재정건정성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라며 “남은 기간 철저히 조사해 부조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