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신용 전문 운용사 크레스트라인의 키스 윌리엄스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매니징파트너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모신용(Private Credit·은행이 제공하던 기업대출 등의 영역을 사모 자본이 대신 수행하는 전략) 시장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글로벌 운용사들이 앞다퉈 사모신용 시장에 뛰어들면서 일각에서 버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그는 “사모신용은 기존 자본시장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던 자금 수요를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과열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 국면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997년 미국 텍사스에 설립된 크레스트라인은 사모신용 전략에 특화된 대체투자 운용사로, 현재 약 30조원의 운용자산(AUM)을 굴리고 있다. 은행처럼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전통 금융기관 대비 구조 설계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규제 환경에 묶인 기존 금융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대체하되, 안정적인 위험조정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력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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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이 채우지 못하는 부분, 사모신용이 한다"
윌리엄스 CIO는 사모신용이 성장하게 된 배경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 규제를 꼽았다. 예금 기반의 은행 자본은 높은 레버리지와 엄격한 규제를 전제로 운용되며, 그 결과 중위험·비표준 대출 영역에서 점차 역할이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본시장이 채우지 못하는 구조적 자금 공백이 발생했고, 이를 민간 자본이 메우기 시작하면서 사모신용 시장이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시장 관계자가 사모신용에 관심을 보이며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이를 버블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사모신용은 기존 자본시장이 충분히 감당하지 못했던 금융 수요를 구조적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모신용의 성장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변화에 따른 구조적 전환”이라고도 덧붙였다.
크레스트라인 역시 은행이 물러난 구간에서 단순히 자본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순위 담보 구조와 보수적인 레버리지, 철저한 구조 설계를 통해 위험조정수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전통 금융이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을 대체하면서도 사모펀드보다 한층 낮은 리스크 프로파일을 유지하는 것이 크레스트라인 사모신용 전략의 핵심이다.
다만 그는 시장이 빠르게 커진 만큼 경계해야 할 지점도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이 어퍼 미들마켓(upper middle market·중견기업 가운데에서도 기업가치나 거래 규모가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구간)에 집중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일부 구간에서는 자본 소진을 위한 투자 집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운용사가 공동 참여하는 대형 직접대출 딜의 경우 실사와 사후 관리에 한계가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크레스트라인이 선택한 전략은 코어·로어 미들마켓에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 전략이다. 윌리엄스 CIO는 “위험조정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기회는 코어·로어 미들마켓에 있다”며 “이 구간은 운용사의 역량에 따라 성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미들마켓은 거래 규모에 따라 로어·코어·어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어퍼로 갈수록 딜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반면 로어·코어는 운용사의 선별 역량이 성과를 좌우하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크레스트라인은 안정적인 수익과 매출 구조를 갖추고, 다양한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와 엑시트가 가능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
“좋은 딜만 속속 찾는다”…한국 LP 협업 기대
크레스트라인이 판단하는 ‘좋은 딜’의 기준은 무엇일까. 윌리엄스 CIO는 “핵심은 현금흐름의 질”이라고 답했다.
그는 “일회성 매출이 아닌 반복적이고 계약 기반의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단일 사업이나 단일 고객에 의존하기보다는 복수의 현금 창출원을 확보해 경기 변동이나 업황 악화 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대출 구조 역시 중요하다. 윌리엄스 CIO는 “크레스트라인은 기업 가치의 하단에 대출이 붙는 구조를 원칙으로 한다”며 “직접대출의 경우 담보가치 대비 대출 비율(LTV)을 통상 30~50% 수준으로 관리해 하방 리스크를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딜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는 구조 설계와 문서화를 꼽았다. 투자 이후의 관리보다 투자 이전 단계에서 비가역적인 보호 장치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윌리엄스 CIO는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기보다, 투자 단계에서 구조와 문서화를 통해 최대한 이른 시점에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사모신용의 성패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구조 설계에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크레스트라인의 접근은 최근 변동성 관리와 자본 보전을 중시하는 국내 연기금·공제회·보험사들의 크레딧 투자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대형 딜 쏠림에 따른 리스크를 경계하고, 현금흐름과 구조적 보호 장치를 우선하는 사모신용 전략이 한국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도 점차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 CIO는 "한국은 크레스트라인에게 있어 중요한 시장"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의 크레딧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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