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6.3% 상승하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1년 전보다 환율이 크게 오르고,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승 폭은 전월(7.3%)보다 줄었다. 또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도 2.9%가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2024년 1월(3.2%)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최근 가공식품 업계에서 잇달아 제품 가격을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차이가 없지만 환율이나 유류세 인하분 축소 영향이 있었고 빵, 커피, 김치, 비스킷, 주스 등 가공식품은 출고가 인상이 순차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및 인건비·에너지 비용 증가에 따른 원가압박이 심해지자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분위기다. 농심은 오는 17일부터 신라면·새우깡 등 라면·과자 17개 평균 7.2% 인상하기로 했다. 제과업계 선두 브랜드인 파리바게뜨가 오는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9% 올린다. 앞서 빙그레도 커피·과채음료 및 아이스크림 등 20여 개 제품값을 인상했다.
농축수산물은 1.0%의 상승률을 보였다. 농산물은 1.2%가 떨어졌지만, 축산물(3.8%), 수산물(3.6%) 등이 크게 오르면서다. 채소류 중에서는 배추(65.3%), 무(89.2%), 당근(59.6%) 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고, 파(-31.1%), 토마토(-19.5%) 등은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해 고물가의 주범으로 꼽혔던 신선 과실은 5.4%나 떨어졌다. 지난해 사과·배 등 과일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던 기저효과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품목별로는 딸기(-6.9%), 감(-27.7%), 바나나(-11.4%) 등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귤(15.5%), 배(21.9%)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과일 가격이 떨어지며 전체 신선식품도 1.4% 하락했다. 2022년 3월(-2.1%) 이후 35개월 만에 하락 전환이다.
반면 장바구니 물가지수로 꼽히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6%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지난해 7월(3.0%) 이후 6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으로 석유류 등의 가중치가 더 크게 반영된 영향이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3% 상승했다. 집세의 경우 월세(1.0%)와 전세(0.3%)가 모두 올랐고 공동주택관리비(5.0%)도 큰 폭 뛴 영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9% 올랐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역시 1.9% 오르면서 1월(2.0%)보다 소폭 둔화했다.
정부는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인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임혜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향후 물가는 환율, 기상여건 등의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체감물가 안정 등 확고한 물가 안정기조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주요 식품과 사료원료(31종) 등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농수산물 비축 및 방출, 할인지원 등을 통해 먹거리 물가 안정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