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한국GM은 최근 스파크와 이쿼녹스를 잇따라 출시하며 본격적인 재기 행보에 나섰다. 2018부산 국제 모터쇼에서 ‘Never Give Up(포기하지 않는다)’을 외치며 한국 시장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중형 SUV 이쿼녹스(Equinox)를 앞세웠다. 2004년 1세대부터 현재의 3세대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110여개국에서 200만대 이상 팔린 이쿼녹스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시기인 추분과 춘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이쿼녹스는 세단의 편안함과 SUV의 실용성을 갖추고 디젤 엔진은 성능과 효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고 한다.
이쿼녹스는 최근 진행된 딜러 교육에서 경쟁차종으로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가 아닌 르노삼성 QM6를 꼽았다. 이쿼녹스는 전장, 전폭, 전고, 휠베이스가 4650mm, 1845mm, 1690mm, 2725mm다. 싼타페에 비해서 전장 120mm, 전폭 45mm, 휠베이스 40mm가 짧지만 QM6과 비교하면 전폭이 동일하고 휠베이스가 20mm 길다. 파워트레인 또한 이쿼녹스는 1.6L 디젤만 출시되지만 싼타페와 쏘렌토는 2.0L 디젤, 2.2L 디젤뿐만 아니라 2.0L 가솔린 터보도 갖추고 있다. 그에 반해 QM6는 2.0L 디젤과 2.0L 가솔린 라인업만 운영하고 있다. 단일 파워트레인을 갖춘 이쿼녹스의 입장에서는 월 1만대 이상이 판매되는 싼타페를 경쟁 모델로 정조준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다.
이쿼녹스는 출시되기 전에 가격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국내 중형 SUV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싼타페와 시장을 양분하려면 우선 가격 경쟁력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쿼녹스의 출시가격은 소비자들의 기대보다 높게 책정됐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들은 가격보다 차의 가치를 봐달라고 입을 모았다. 이쿼녹스는 JD파워가 선정한 가장 안전한 콤팩트SUV에 올랐고,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뽑은 가장 안전한 차량으로 6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2세대의 2배가 넘는 구조용 접착제와 실러를 사용해 바디의 강성을 높이고 차체의 82%를 고장력 혹은 초고장력 강판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차량의 무게는 이전 세대보다 180kg 감량했지만 강성은 22% 높아졌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이지만 경쟁 상대인 싼타페는 오르막 이슈, 후방카메라 이슈 등의 논란이 있고 쏘렌토는 에바가루 논란이 있기 때문에 검증되고 안전한 중형 SUV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이쿼녹스는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논란이 되는 가격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를 위한 트림을 설정했고, 그 결과 북미에서는 옵션사양인 햅틱시트와 안전시스템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됐다”며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LS트림은 북미의 LT사양, LT트림은 프리미어 트림, 국내 프리미어 트림은 북미 풀옵션 사양으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쿼녹스에는 국내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전동접이식 사이드 미러, 하이패스 룸미러, 중립주차모드, 터널 디텍션 등의 옵션들이 적용됐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AWD와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HDC)가 빠진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 등급으로 이쿼녹스를 충분히 경험 할 수 있었다. 외관은 쉐보레의 디자인 정체성인 ‘린 머스큘러리티(Lean Muscularity)’를 기반으로 디자인 됐다.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과 양 옆으로 뻗어있는 LED 헤드램프, LED 주간 주행등이 차를 더욱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다만 라디에이터 그릴 크롬바는 프리미어 등급부터 적용되고 트림별로 프로젝션 타입, HID, LED 등으로 헤드램프의 차이를 둔 점은 아쉽다.
실제로 차를 보면 크다는 인상보다 트랙스와 같이 다부지다는 느낌이다. 큼지막한 미국 SUV를 상상했다면 실망 할 수도 있다. 측면의 쿼터 글라스는 블랙글라스로 처리한 D필러와 만나 후면부까지 이어져 차체가 커보이는 효과를 준다. 실제로 2열의 레그룸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넉넉하고 2열 좌석을 접으면 평평해져 트렁크 용량이 최대 1800L까지 확장된다.
실내 디자인은 말리부와 거의 동일하다. 신차지만 이질감 없이 사용 할 수 있을 만큼 눈에 익은 디자인 구성이다. 대시보드 상단의 마감이 플라스틱 소재로 돼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그 외 시트의 질감이나 스티어링 감촉은 경쟁차종과 비교했을 때 뒤쳐지지 않는다. 또한 무선충전이 가능하고 4개의 USB충전포트와 2열의 220볼트 콘센트 등이 장거리 여행을 갈 때 일가족이 탑승해도 전자기기를 사용하는데 제약이 없다.
한국GM은 이쿼녹스와 경쟁차종과의 차별점을 렉타입 스티어링 휠, 성능과 균형을 맞춘 연비라고 강조한다. 또한 1.6L 에코텍 엔진은 크루즈에서 이미 검증됐고 젠3 6단 자동변속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에 파워트레인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실제로 시내구간에서는 출력의 답답함이나 변속기의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kg.m을 발휘하는 1.6L CDTi디젤엔진은 일상적인 시내주행이나 탄력 주행을 하면 괜찮지만 고속 주행 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생각보다 차가 잘 안 나가 자꾸만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고 고속연비가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여유로운 주행을 하라는 듯 생각보다 부드러운 하체는 운전의 재미보다 주말 레저 활동이나 시내 출퇴근 등 여유로운 주행환경에 적합하다. 그러나 고속주행 시 차선 변경이나 코너링을 하면 기분 나쁜 롤이 느껴진다.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이 운전자와 동승자에게까지 느껴져 불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하체 세팅은 장거리 주행 할 때 차량 탑승자들에 피로감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차량 시승을 마치면서 이쿼녹스가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어떤 차와 경쟁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사실 이쿼녹스의 크기는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 정도에 가격은 싼타페와 비교 가능하고, 출력은 코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 있는 모델이 없다. 그러면 어떤 소비자가 이 가격을 주고 이쿼녹스를 구입 할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쿼녹스가 수입 SUV라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티구안은 3860만~4750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파워트레인도 최대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4.7kg.m, 복합연비 14.5km/L로 이쿼녹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휠베이스는 티구안이 2680mm으로 이쿼녹스보다 작다. 예상보다 높은 이쿼녹스의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가 있다면 이쿼녹스가 수입 SUV라는 생각을 해볼만 하다. 이쿼녹스를 수입차로 인정할 경우 어느 정도 납득이 될 것 같다. 이 외에도 3930만~4300만원인 혼다 CR-V나 3500만~430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도요타 RAV4 등 수입 SUV의 축거는 2660mm로 이쿼녹스보다 작은 차체를 가지고 있고 이쿼녹스의 안전사양이나 편의장비가 부족하지 않다.
데일 설리번 한국GM 부사장은 “가격은 판매자가 언제든지 조정할 수 있지만 가치는 바꿀 수 없다”며 “가격보다 가치를 봐달라”고 말하며 안전과 신뢰가 자동차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역설했다. 쉐보레 이쿼녹스의 강점은 바로 그것이리라는 생각을 하며 시승을 마쳤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쉐보레 이쿼녹스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 등급으로 판매가격은 40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