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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찾아간 거제·통영은 최악의 경기 침체 속 웃음소리마저 사라져 적막함만 돌았다.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성동조선해양이 도시를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은 현재 강력한 구조조정 중이다. 고통은 수백개의 협력사들까지 내려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들 주요 조선소 밀집지역의 체불임금은 지난 2월 말 기준 100억원을 돌파했다. 체불을 신고한 관련 노동자만 2352명에 달한다. 근로자의 날인 1일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이 바닥으로 추락, 협력사 직원 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치는 사고까지 발생해 우울함을 더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거제·통영 지역을 찾아 어려움에 빠진 협력사와 호황기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협력사를 차례로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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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철판절단업 외길을 걷고 있는 경남 통영시 소재 청암산업.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연 매출 63억원까지 기록했던 안정적인 중소협력사였지만 올해 절반도 채 안 되는 매출 3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정연면(53) 청암산업 대표는 “50명에 달했던 직원도 꾸준히 줄여 이번 분기 안에 19명 수준으로 줄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며 심각한 물량감소 상황을 토로했다.
폐업이 속출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청암산업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철판절단 기계화에 성공해 작게나마 수주물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암산업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희 포함 3개 협력사서 원청 대기업에 철판절단 임가공업을 수행했었다”며 “사람이 직접 글라인더로 철판절단을 수행하는 한 업체는 인건비를 감당치 못해 일감이 아예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갖춘 작은 협력사지만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현재 상황이다. 정 대표는 가장 큰 애로로 금융문제를 들었다. 그는 “금융이라는 게 기업에 우산 같은 존재여야 하는데 실상은 ‘비가 오면 온다고 뺏어가고 햇볕이 뜨거우면 뜨겁다고 가져가는 수준’”이라며 “게다가 조선업을 한다고 하면 범법자냐 되는 양 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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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남짓 도착한 거제. 이곳에서 만난 칸정공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공장에 들어서니 해양구조물인 ‘계단식 타워(Stair Tower)’ 작업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난 2011년 설립한 칸정공은 지난 2014년 매출 26억원에서 2015년 65억원, 지난해 150억원을 달성하는 등 남다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급성장하는 동력은 꾸준한 연구개발이었다. 기존 선박 소재가 주로 철인 반면 칸정공은 알루미늄 소재의 특화 기술로 조선업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박기태(55) 칸정공 대표는 “한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금액 130억원 중 100억원이 사실상 독과점 아이템”이라며 “알루미늄 소재 기술을 이용해 사업 다각화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칸정공은 레저용·해경·해군 선박부터 산책로 데크까지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칸정공은 이외 전혀 새로운 품목인 ‘스마트형 태양광 가로등’도 미래 먹거리로 개발 중이다. 이 제품은 기존 고속도로에 있는 가로등을 대체해 더 낮은 전력으로 더 밝게 작동할 수 있다. 하루 2.5시간만 태양광 발전을 하면 최장 3일간 가동한다.
박 대표는 “대부분 협력사가 호황기를 누리는데만 만족했지만 저희는 영업이익의 5~6%를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칸정공 역시 금융이 신규 제품 개발의 걸림돌이었다. 그는 “활을 만들 수도, 쏠 줄 알지만 정작 만들 돈이 없는 상황에 빠졌었다”며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6억원을 지원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조선업계 협력사들은 2019년 전후 조선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선박도 차량과 같아 선령이 노후되면 결국 새로운 배의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 역시 “내년쯤 조선 경기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조선 산업이 무너지지 않게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호소했다.